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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제자들이 느낄 자괴감과 박탈감”…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조국 작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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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대학원이 인생의 전부인 제자들…그런데 누구에게는 너무 쉽고 가벼운 곳”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한 학기 동안 다닌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원장이 조 후보자와 딸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홍종호(56) 교수가 주인공이다. 홍 교수와 조 후보자는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7월 서울대 교수 128명이 “국가정보원의 불법 대선개입은 그 자체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책임자 처벌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때 함께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세계일보

◆조 후보자 딸 사례 보며 “제자들이 느낄 자괴감과 박탈감 때문에 괴롭고 미안”

홍 원장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교수 생활 24년 차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서 이 글을 쓴다”며 조 후보자 딸(28) 장학금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홍 원장은 조 후보자 딸의 장학금 수혜 관련 사실관계를 파악하려는 언론과 동문 가족 등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하면서도 “국민은 실체적 진실을 알 권리가 있기에 이런 불편함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마음이 불편한 건 다른 데 있다”며 “(이런) 상황을 목도하며 이들(환경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이 느낄 자괴감과 박탈감 때문에 괴롭고 미안하다”고 했다.

앞서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입학한 조 후보자의 딸은 1학기 장학금 401만원을 받았고, 8월에도 2학기 장학금 401만원을 수령했다. 그해 6월 부산대 의전원에 원서를 낸 지 두 달 만이다. 이어 부산대 의전원 합격 직후인 10월1일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휴학계를 냈고, 1년 뒤 재등록하지 않아 제적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대학원을 의전원 가기 전 정거장이나 차선책으로 생각했다면 최소한 학업에 성의를 보였어야”

홍 원장은 “환경대학원이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라는 목표 앞에 잠시 쉬어가는 정거장 또는 차선책이었다면 학업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고 조씨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통상 입학 후 1년 동안 한 학기 서너 과목을 듣는 환경대학원에서 이 학생(조 후보자의 딸)은 3학점 한 과목을 들었다”며 “(의전원) 입시 준비할 시간을 가지려 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 목표가 의전원이었으니 그것도 좋다고 치자”며 “대신 2학기 장학금은 신청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홍 원장은 “이 일이 우리 환경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주었다”며 "작금의 상황을 목도하며 이들이 느낄 자괴감과 박탈감 때문에 괴롭고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들에게는 환경대학원이 인생의 전부다. 그런데 누구에게는 너무 쉽고 가벼운 곳”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환경대학원 원장이든 입학식 축사 때 신입생들에게 학문을 통한 공공성 실현을 강조한다. 만약 (조 후보자의 딸이) 그 자리에서 공공성을 언급하는 축사를 들었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싶다”며 “이는 합법과 불법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윤리, 배려, 책임성 같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훨씬 큰 가치가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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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펀드 사회 기부 등에 대해 입장 발표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조국 교수의 주장과 행동 사이 괴리가 너무 커 보여 몹시 불편”

홍 원장은 특히 조 후보자를 겨냥, “이 학생의 부모는 내가 재직하는 대학의 동문이고 아버지는 정의를 최고 가치로 삼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라며 “조국 교수에게 2014년 딸의 의사결정과 행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묻고 싶다. 평소 조 교수의 밖에서 한 주장과 안에서 한 행동 사이 괴리가 너무 커 보여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고 꼬집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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