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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숙명여고 쌍둥이’ 첫 형사 재판… “무리한 기소” 혐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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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숙명여자고등학교 교무부장인 아버지에게 정답을 유출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상규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자매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자매 측 변호인은 “합리적 근거 없는 추측과 의혹, 일부 간접사실에 기초한 무리한 기소”라면서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두 딸의 성적이 갑자기 상승한 것은 물론 이례적이지만, 단지 간접사실이 이상하다는 것만으로 형사소송에서 유죄가 인정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미성년에 불과한 두 딸이 퇴학을 당하고 법정에까지 이른 점 등을 감안해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성실히 심리해달라”고 했다.

이날 처음으로 형사법정 피고인석에 서게 된 자매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고, 중간중간 얼굴에 웃음기를 띠고 법정을 둘러보기도 했다. 인정 신문 과정에서 ‘직업이 무엇이냐’는 김 판사의 질문에 “없습니다”라고 답한 자매는 변호인의 주장과 같은 입장이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짧게 답했을 뿐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다.

변호인은 “피고인 출석 문제가 있어 다음 재판을 공판준비기일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일반 공판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다. 자매의 2차 공판은 다음달 27일 오후에 열린다.

자매는 숙명여고에 재학 중이던 2017년 2학기부터 2019년 1학기까지 교무부장이던 아버지 A씨로부터 시험지와 답안지를 시험 전 미리 받는 등 숙명여고의 학업 성적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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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검찰은 아버지 A씨를 지난해 11월 구속기소하면서 쌍둥이 자매는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소년보호 사건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심리를 맡은 서울가정법원 소년3단독 윤미림 판사는 형사재판 진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돌려보냈고, 검찰은 지난달 쌍둥이 자매를 불구속기소했다.

아버지 A씨는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지 및 답안지를 시험 전에 유출한 혐의로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숙명여고 정답유출 의혹은 지난해 7월 중순 학원가 등에서 제기됐다. 쌍둥이 자매가 1학년 1학기 각 전교 59등과 121등을 기록했는데, 다음 학기에 전교 5등과 2등을 한 뒤 2학년 1학기에선 각 문·이과 전교 1등을 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자매 아버지인 A씨가 교무부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서울시교육청은 특별 감사를 거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맡은 경찰은 조사 끝에 쌍둥이 자매 휴대전화 메모장에서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과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정답이 적힌 메모, 빈 시험지 등을 확인했다.

한편 숙명여고는 지난해 11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쌍둥이 자매 성적으로 0점으로 재산정했고, 서울시교육청은 자매를 최종 퇴학 처리했다. 아울러 숙명여고는 징계위원회와 재심의를 거쳐 A씨를 파면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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