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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의 비밀과 우주의 끝은… SF소설 ‘삼체’ 3부작 완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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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삼체3-사신의 영생/류츠신/허유영/단숨/1만7500원


삼체3-사신의 영생/류츠신/허유영/단숨/1만7500원

3부작 SF소설 ‘삼체’의 마지막편 ‘사신의 영생’이 드디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2013년 9월 1부가 발간된 지 딱 6년만이다. 2부 ‘암흑의 숲’ 역시 발간에 3년이 걸리더니 다시 3년을 팬들이 기다리게 만들었다. 전작보다 두툼한 850페이지 책은 오랜 기다림을 저버리지 않았다. 아시아 최초로 SF분야 노벨상인 휴고상과 로커스상을 받은 작품 완결답게 초반부터 대단원까지 대담한 상상력과 이야기로 잠시도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한다.

삼체는 여러모로 특별한 소설이다. SF 거장으로 등극한 작가 류츠신은 삼체를 비롯한 대표작을 모두 중국 산시성 깊은 산속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며 저술했다. 삼체 작품의 거대한 구상은 매일 대자연을 마주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2007년 중국에서 발표된 삼체는 우리나라보다 한 해 늦은 2014년 영문판으로 발간되면서 작가를 수퍼스타 반열에 올렸다. 역량있는 중국계 미국 SF작가인 켄 리우 번역으로 영문판이 발간되면서 류츠신은 곧장 휴고상을 수상했다. 2016년 당시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겨울 휴가 여행에 들고 갈 책 중 하나로 ‘삼체’를 선택한 후 “삼체를 읽을 때 작품 스케일이 워낙 커서 백악관의 일상사가 사소하게 느껴졌다”는 평을 남겼다. 현대 중국이 배출한 세계정상품으로서 DJI의 드론과 샤오미의 로봇청소기, 그리고 삼체를 꼽을만하다.

삼체의 가장 큰 매력은 이른바 하드SF로 분류될 엄밀한 과학이론에 기반한 내용 전개다. 외계문명의 지구 공략은 광선총이나 로봇이 아닌 물리원칙의 왜곡이라는 유례없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양자역학과 팽창이론, 끈이론 등이 사건 전개의 주요한 배경이 된다. 스타워즈나 스타트렉 류에선 찾아볼 수 없는 삼체만의 장점이다.

특히 인류와 외계종족간 전쟁이 벌어지는 삼체 3부작 근간은 “우주는 무수히 많은 위험이 숨어있는 검은 숲”이라는 논리적 추론이다. 무한히 넓은 우주에는 인류 이외 종족이 다수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또 ‘팽창’이라는 문명 속성상 각 종족은 생존경쟁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자신을 지킬 힘이 없는 종족은 어두운 숲 속에서 불을 피워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아야한다는 생존법칙을 지켜야만한다. 삼체는 이같은 가상의 우주사회학 공리(公理)를 기반으로 전개된다.

과장된 엄살같지만 그렇지 않다. 상당히 많은 과학자가 지구 존재를 알리는 외계 탐사를 반대하고 있다. 이 중에는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 천재라는 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도 포함된다. 그는 생전에 “우리가 실제로 외계인과 접촉하게 된다면 그들은 아마 우리를 몽땅 쓸어버리려고 할 것”이라며 “외계인과 접촉하더라도 응답하지 말아야 한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삼체의 또 다른 특징은 서구 일변도의 기존 SF소설에선 경험하기 힘든 동양적 세계관과 정서다. 특히 작가 자신이 직간접 경험한 중국 문화혁명과 전체주의가 작품 속에 주요 사건과 정서로 녹아들어 있다. 덕분에 “우주와 미래에 대한 극단적인 설정 속에 문화혁명, 텐안먼 사태, 양탄 공정 등 중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절묘하게 녹여내면서 극적 긴장과 현실감을 획득한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면서도 그 중심에는 주인공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빠지지 않으며 ‘인간은 결국 사랑으로 살아남는다’는 믿음을 강조한다.

단점은 낯선 물리학 용어와 과학 현상 등이 어렵게 느껴지거나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아무 편이나 봐도 상관없는 스타워즈류와 달리 삼체는 1부부터 차례로 읽어야만 한다. 하지만 두 고비만 넘기면 드디어 3부가 완결된 만큼 삼체 문명과 만남에서 시작하는 1부부터 시간의 본질과 창세의 비밀, 우주의 끝으로 달려가는 3부까지 단숨에 최고의 지적 기쁨을 경험할 수 있다. 참고로 팽창하는 태양을 피해 인류가 지구에 엔진을 달아 새로운 세상을 찾아 나선다는 최근 개봉 SF 영화 ‘유랑지구’ 역시 류츠신 원작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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