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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ㄱ의 감정 [詩의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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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진

곡선의 아름다움은 직선의 외도에 있다. 걸어온 것들을 그 자리에서 추락시키고 뼈를 꺾고 살을 베어 처음과 끝 그 태생적 외로움을 안으로 안으로만 품어 주는 일. 직선이 제 팔을 꺾어 곡선이 될 때 수만 개의 관절이 부서지고 뒤틀린다. 차마 둥글어지지 못한 것들은 각이란 허공을 가지지. 어둠을 낳고 어둠으로 깊어진다. 품을 수 없는 것들은 가두어 내려앉아 버리고 밑으로만 밑으로만 아득해지지. 하이힐이 섹시한 이유는 곧고 날렵해지는 다리 곡선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의 무게를 버티려 최대한 몸을 웅크린 삼각의 감정 때문이다. 발뒤꿈치의 동동거림, 그 허공의 눈빛 때문이다. 그래서 견디는 것들은 모두 슬프지. 버티는 것들은 간절하다. 평생을 고개 숙여 허공을 받아내는 저 ㄱ처럼.

-신작시집 ‘한때 구름이었다’(문학수첩)에서

◆ 방수진 시인 약력

△2007년 ‘중앙신인문학상’ 받으며 시인 활동 시작 △카카오브런치에서 ‘시인의 정원’이라는 필명으로 칼럼과 에세이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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