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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긍정적으로 살고 자신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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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명예교수 최근 에세이집 펴내 / 고독 느끼는 젊은이들에 삶·사랑 조언 / 사랑 체험하지 않으면 실체 알 수 없듯 / 폭넓은 사랑해야 폭넓은 삶 살 수 있어 / 사회 어렵고 힘들어도 용기를 가져야

세계일보

김형석/열림원/1만5000원


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김형석/열림원/1만5000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쓴 글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지난 5월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를 출간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나온 이 책은 고독을 느끼는 젊은 세대에게 바치는 사랑과 영원에 관한 얘기를 담고 있다.

김 교수는 1920년생이니 한국 나이로 100세의 철학자다. 그가 인생의 굵은 기점들을 지나오면서 사랑을 통해 깨달은 삶과 철학을 찬찬히 들려주고 있다. 그는 데카르트의 말을 빌려 “나는 사랑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삶이다. 사랑을 체험하지 않으면 그 실체를 알 수 없다. 폭넓은 사랑을 해본 사람만이 풍부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며, 사랑의 깊이와 높이를 알기 위해서는 진정한 사랑을 체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하나같이 고독을 호소하는 것은, 사람은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살게 돼 있는데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불행한 것일까. 그는 본문에서 “간단히 말해 자신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은 큰 강을 건너야 하는 경우가 있다. 강을 건너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알아야 한다. 헤엄을 얼마나 잘 치는지, 어느 정도 체력이 있는지, 예전에 건너온 강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자기 삶의 표준과 의미를 제삼자에 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른바 자아 상실이다. 타인이 정한 삶의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인간의 성장은 자기 자신과의 사랑, 자기 자신과의 소통 속에서 고독의 본질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애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책 출간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노(老)교수는 젊은 시절 얘기도 들려줬다. ‘별을 헤는 밤’의 윤동주 시인과 함께 중학교(당시 5년제)를 다녔다. 그러나 당시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강요당했다. 김 교수는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윤 시인과 함께 자퇴했다. 학교에 가는 대신 1년간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1년 뒤 학교로 다시 돌아갔다. 다른 동창들보다 한 학년이 늦은 셈이었다. 어찌보면 1년을 손해 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허나 그는 “그 1년간 철학책, 문학책 등을 읽은 게 오늘의 나를 키웠다. 독서를 통해 내가 많이 쓰는 수필 내용의 뿌리, 문장력이 생겼다”고 했다. 불행한 경험을 겪는 것이 절대 손해 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주어진 현실에서 긍정적으로 살라고 청년들에게 주문한다.

김 교수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생활 여건이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회적 책임은 사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사회가 연결돼있다. 사회가 어렵고 힘들더라도 사회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한강 남쪽과 북쪽에 다리가 1개라면 강을 건너려고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지만, 10개라면 쉽게 건널 수 있어요. 모두가 앞다퉈 국가고시 같은 시험에만 매달리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하고 성취하길 바랍니다. 외국 진출도 적극 모색하면 좋겠어요.”

그는 파스칼을 인용하며 “우주는 나를 생각할 수 없어도. 나는 우주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우주보다 귀하다”며 자신을 사랑할 것을 마지막으로 주문했다. 한 세기를 온몸으로 살아온 노철학자의 고언이 깊은 울림을 준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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