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공무직에 과도한 특혜… 그뒤엔 민노총" 서울시 공무원들, 거리 나와 집단 행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공무직 지위 향상 조례에 반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뒤 근무태만·작업거부 잇따라… 공무직 상위 단체인 민노총이 공직사회 망가뜨리고 있다" 성토

서울시 공무원 수백 명이 시 소속 무기계약직인 공무직의 지위를 올리려는 조례안 제정에 반발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공무원들은 "공무직들이 민노총을 등에 업고 공직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서서 조례안을 무산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이 이처럼 강경하게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드문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이 공직 사회에 새로운 노노(勞勞) 갈등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

공무원 수백명, 서울시의회 앞 집회 - 23일 오후 서울시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공무직 특혜 조례 강행 규탄 및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공무직 조례안을 즉각 철회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 공무원 450여명(주최 측 추산)이 집결해 '공무직 특혜 조례 강행 규탄 및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온건파 노조인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서공노) 조합원이 주축이었다. 집회를 주최한 서공노 관계자들은 "최근 공무직이 근무 태만과 지시 사항 위반 등 공직 기강을 어지럽히는 사례가 잇따르는데, 상위 단체 민노총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공무직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말한다. 주 업무는 청소, 경비, 기계 정비, 도로 보수, 주차, 사무실 업무보조, 매표 등이다. 시 관계자는 "결격 사유가 없으면 정년이 보장되고 사회보험에도 가입되기 때문에 정규직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5월 말 기준 소방공무원을 뺀 공무원은 1만431명, 공무직은 2057명이다. 이들 중 약 1800명이 민노총 소속이다.

논란이 된 공무직 특혜 조례는 시의회 의석의 93%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이 지난 5월 전국 최초로 공동 발의했다. 조례안에는 '시장은 공무직에 대해 동종·유사 업무 공무원과 비교해 불리하게 처우하지 않는다' '20년 이상 근속하면 명예퇴직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원칙적으로 공무직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공무원과 처우를 동일한 수준으로 해달라는 취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시 공무원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무산시키겠다'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서공노 관계자는 "공무직 상당수가 민노총에 가입해 있기 때문에 임단협 등을 통해 하위직 공무원들보다 나은 처우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여전히 사회적 약자로 비치는 것에 대한 시 공무원의 반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내부 게시판에는 "동일한 대우를 받고 싶으면 똑같이 시험 보고 들어오라"는 글도 올라왔다.

서공노가 이달 초 공무직 조례안의 주요 내용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절대다수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2001명 중 94%(1880명)는 공무직과 공무원을 비교해 차별 여부를 따지는 데 반대했다. 86.1%(1722명)는 명예퇴직 수당 지급에 반대했다. "입직 경로와 직급 체계가 다른 공무직과 공무원의 보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답변이 93.5%(1871명)였다.

'공무직들의 태업이나 기강 해이 사례를 겪었다면 알려달라'는 주관식 질문에는 1100여명이 자신이 겪은 사례를 이야기했다. 전체 서울시 공무원(1만여명) 중에서 열 명 중 한 명꼴로 제보한 셈이다. 한 공원 관리사무소에서는 직원들이 근무시간 내내 사무실에 울려 퍼지는 민중가요 소음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 공무원과 다툰 일부 공무직이 시위용으로 튼 것이다. 공원 관계자는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서 소음을 측정해봤는데, 법정 기준치를 미세하게 밑돌았다"며 "시위 경험이 많은 민노총의 조언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가 열린 시의회 앞에서 500m 떨어진 서울광장 동편에서는 민노총 서울지역공무직지부가 조례 제정을 요구하며 80여 일째 천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노총 측은 "서울시라는 같은 일터에서 권리를 찾으려고 하는 것인데, 시 공무원들이 채용 경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공노는 "시의회가 공무직 조례안 통과를 강행할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의회에 재의(再議)를 요청하거나 대법원 제소를 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조 내부에서는 "여의치 않을 경우 시장실 점거 같은 물리적 수단도 불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섭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