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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김외숙·신지연·고민정···청와대 여성비서관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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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손과 발, 입은 모두 여성으로 통한다.

문 대통령이 23일 비서관 인사에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제1부속비서관에 신지연 전 제2부속비서관을 임명했다. 여성이 부속비서관에 내정된 것은 역대 정부 처음이다. 대통령의 입으로 통하는 고민정 대변인은 지난 4월 대변인에 발탁된 바 있다.

청와대 1기 참모진 구성과 비교해 여성 숫자는 9명에서 현재 10명으로 1명 늘었다. 또 당시와 비교해 문 대통령과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일하게 된 여성들이 많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출신이지 않으냐”며 “양성평등과 여권 신장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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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사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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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 상주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노에 알바노 웡(Noe Albano WONG) 주한 필리핀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있다. 가운데 신지연 제1부속 비서관 모습이 보인다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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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연 비서관이 맡게 된 부속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모든 일정에 동행한다. 해외 순방은 물론 문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에게 보고하려는 경우에도 참모진들은 부속비서관실을 통해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문 대통령이 보고 듣고 지시하는 모든 내용을 부속비서관은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대 대통령들이 부속비서관만큼은 최측근으로 뒀던 이유다.

신 비서관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문 대통령이 부산 사상 선거에 출마했을 때 처음 자원봉사자로 캠프에 합류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같은 해 대선에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외신 대변인을 맡았다. 미국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한 미국 변호사 출신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 삼성중공업 법무실 등에서 일한 경험이 반영됐다.

지난 2017년 대선 때는 '퍼스널 이미지(PIㆍPersonal Image)'팀장을 맡아 문 대통령의 부드러운 이미지 연출을 도맡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엔 해외언론비서관으로 합류해 올해 1월 김정숙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통령과 부인을 연이어 보좌하는 것도 드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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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대변인이 9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8개의 장관급 직위를 교체하는 개각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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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매일 오전 집무실에서 주재하는 참모진 티타임에 고정 참석하는 멤버다. 티타임은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직접적으로 전해 들을 수 있는 자리다. 현안에 따라 참석 인원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청와대 내에서도 소수의 참모진만 참석할 수 있는 자리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고가건물 매입 논란으로 사퇴한 김의겸 전 대변인 후임에 일찌감치 당시 부대변인이었던 고 대변인을 점찍어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변인 대행 역할을 해오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고 대변인은 KBS 아나운서 출신이다. 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경선후보 시절 탁현민 청와대 행사기획 자문위원 추천으로 영입했다. 여성 대변인으론 박선숙(김대중), 송경희(노무현), 김은혜·김희정(이명박), 김행(박근혜) 대변인에 이어 역대 정부에서 여섯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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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김외숙 인사수석(왼쪽부터) 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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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급에선 문 대통령의 부산 인맥인 김외숙 인사수석이 눈에 띈다. 고위공직자 인사 추천 등을 담당하는 인사수석은 대통령의 인사 철학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김 수석은 문 대통령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오랫동안 변호사로 함께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적임자란 평가를 듣는다. 김 수석은 사법연수원 수료 직후 부산으로 내려가 1992년부터 문 대통령과 법무법인 부산에서 함께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현 정부 들어 2017년 6월 여성으로서는 법제처장에 발탁된 지 2년 만에 지난 5월 인사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외숙 수석을 비롯, 신지연 비서관, 고민정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인연이 오래됐거나 대선 등 주요 고비를 함께 넘은 인사들이다. 일부러 여성을 주요 보직에 발탁하려 한 까닭도 있지만, 사람을 쓰면 쉽게 바꾸지 않고, 아는 사람이나 검증된 인물을 쓰는 문 대통령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로도 해석된다.

앞서 김대중 정부에선 사상 첫 여성 총무비서관(박금옥)과 홍보수석(박선숙)이 배출됐다.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재정과 인사를 책임지고 있어 내부에선 최고 실세자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수석급 가운데선 최선임인 정무수석 자리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인 조윤선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하기도 했다.

내각의 경우 문 대통령은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강경화 장관), 여성 보훈처장(피우진 전 처장) 등을 발탁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장관급 여성 비율을 30%에서 시작해 임기 내 남녀 동수(50%)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현재까진 강경화 장관을 비롯 유은혜 사회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임에 지명된 이정옥 후보자를 포함 18개 부처 중 5명(27.8%) 수준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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