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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성폭력 야구 코치 구속 후 중2 소년 집 밖서 '플레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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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찰청 '유사강간' 前코치 검찰 송치

피해 학생, 두문불출 두 달 만에 훈련 참가

아직 "법원서 풀려날 수 있냐" 불안감 토로

아버지 "네가 버티니 나도 버틴다" 다독여

중앙일보

야구 이미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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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터지고 나서 주위에서 아들이 힘들어서 운동을 못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야구를 계속하겠다고 나서니 모두 놀랐죠."

본인을 지도하던 야구부 코치에게 성폭력을 당한 뒤 집에서 두문불출하던 중학교 2학년 A군(14)이 두 달여 만에 운동장에 나가 다시 "플레이 볼"을 외쳤다. 경찰 수사를 받던 B코치(24)가 구속되면서다.

A군 아버지는 2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오히려 저보다 더 씩씩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들이 '검찰에 가야 되냐'고 묻더니 '필요하면 나가서 진술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전북경찰청은 준강제추행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유사강간) 혐의로 전직 야구부 코치 B씨를 '구속 기소' 의견으로 지난 16일 검찰에 넘겼다. B코치는 지난 5월 29일 오전 전북 지역 모 중학교 야구부 선수 일부가 묵는 숙소에서 혼자 잠자던 A군의 신체 일부를 만지고 강제로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B코치에게 성폭력을 당한 날 오후 늦게서야 아버지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야구가 너무 좋다. 이번 일로 야구부가 해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이튿날(5월 30일) 학교를 찾아가 피해 사실을 전했고, 교장은 B코치를 해임했다. 같은 날 관할 경찰서에 수사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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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레이트와 공·배트.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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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치는 경찰에서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식 결과 A군 방에 있던 이불 여러 군데서 B씨의 체액이 검출됐다. 경찰은 물적 증거가 나오자 지난 8일 B코치를 구속했다.

A군은 B코치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던 70일 가까이 집 밖에 거의 못 나갔다고 한다. 행여나 밖에서 마주칠까 불안해서다. 그는 병원에서 심리 치료를 받아 왔다.

하지만 A군의 야구 사랑은 사건 이후에도 식지 않았다고 한다. A군 아버지는 "원장님이 '아들이 운동을 계속하고 싶어하니 차라리 병원보다 운동장에 내보내는 게 치료 효과가 더 좋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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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미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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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군은 여전히 '어른들이 죄를 지은 사람(코치)에게 벌을 안 주면 나는 억울해서 어떻게 사냐' '구속돼도 법원에서 풀려날 수 있다고 들었다'며 불안해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A군 아버지는 "증거가 나와 (B코치가) 구속됐으니 나머지는 법원 판사님 같은 어른들한테 맡겨 놓고 네 할 일만 하라"고 다독인다. 그는 "나와 아들은 B코치가 엄벌 받길 원한다"고 했다.

한창 사춘기인 A군이 끔찍한 일을 겪고도 꿋꿋이 버틸 수 있는 건 그를 응원하는 야구인들이 많아서다. A군이 '큰아빠'라 부르는 아버지 지인들이다. 유명한 프로야구 선수 출신도 적지 않다고 한다. A군 아버지는 "아들이 야구를 다시 한다고 하니 큰아빠들이 '얼마나 정신력이 강한지 모르겠다'며 기특해한다"며 "형님들이 글러브와 야구 방망이 등을 선물하면 아들은 아끼느라 안 쓴다"고 했다.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그는 "'아빠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힘들지만 네가 버텨내니 아빠도 버틴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고 했다. 사건 이후 학교 측은 "A군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야구부 학부모들도 A군을 전보다 세심하게 배려해 준다고 한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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