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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회초년생 은지의 이야기, 처음 읽으면서 눈물 흘렸어요" 연극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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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서 초연되는 힐링 연극 '게스트하우스'
[캐릭터 인터뷰②] 취업준비생 은지役, 배우 김수연
"'아직 시작도 못 해본 것 같은데 다 포기하고 결혼하는 게 맞는 건가'라는 고민 공감돼"
"처음 봤는데도 몇 번 본 사람 같은 은지, 미워할 수 없어"


파이낸셜뉴스

연극 '게스트하우스'에서 은지 역할을 맡은 배우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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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하고 이제 막 꿈을 펼쳐 나가려는데 남자친구가 대뜸 프러포즈를 한다면? 말 그대로 오만가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오는 9월19일 대학로에서 공연을 시작하는 연극 '게스트하우스'의 은지는 제주도에서 남자친구의 프러포즈를 받았지만, 게스트하우스로 도망쳐버렸다. 그리곤 술에 취해 다른 손님들의 속사정을 물으며 자신의 꿈과 인생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은지를 연기하게 된 배우 김수연(사진)은 은지를 생각할 때면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사회초년생은 모두 불안감을 갖고 있어요. 저는 대학을 졸업한 지 2년 정도 지났지만, 작품이 들어가지 않을 땐 휴식기도 길고 돈도 없고 답답한 상황들이 계속되곤 해요."

대한민국에서 결혼은 아직까지 여자의 희생이 강조되곤 한다. '꿈이냐, 결혼이냐'는 질문은 결코 이분법적으로 답할 수 없지만, 그렇게 고민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극에서도 은지는 "남자친구와 남자친구 부모님이 취업을 하기 보단 살림을 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꿈과 결혼에 대해 고민한다.

김수연은 "은지처럼, 남자친구에게 갑자기 프러포즈를 받았다면? 내 사람이 결혼하자고 한다면? 똑같은 고민을 할 것 같아요. '아직 시작도 못해본 것 같은데 다 포기하고 결혼하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며 은지에게 공감을 했죠"라고 말한다.

작품을 쓰는 단계부터 참여한 김수연은 리딩을 도우며 진민범 연출을 도왔다. 그녀는 대본을 처음 읽으면서 눈물을 왈칵 쏟기도 했다.

'아직 아무것도 못 해본 제가 한심하고 용기도 없는 것 같아요'라는 대사 때문이다. 김수연은 "(은지의 대사가) 너무 제 얘기인거에요. 보는 분들도 사회에 처음 한 발을 내딛을 때 본인의 상황에 공감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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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게스트하우스'에서 은지 역할을 맡은 배우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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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은지는 어떤 캐릭터일까. 김수연은 '참 친근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뭐지?'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보면 볼수록 원래 알고 있는 사람인 것 같은 친근함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낯가림을 하는데, 은지는 처음 봐도 몇 번 본 사람 같은 느낌을 줘요. 이 부분도 저랑 비슷해요. 저도 솔직하고 잘 모르는 사람한테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곤 하는데 은지도 그렇더라고요."

친구라면? 김수연은 "민폐 캐릭터긴 하죠, 피곤할 것 같아요"라며 웃는다. "(프러포즈를 받고 고민하는) 급박한 상황에 게스트하우스에 왔는데, 말도 안 되게 뻔뻔한 요구를 하는 장면도 있어요. 내 친구라면 부끄러울 것 같은데, 그렇다고 또 미워할 순 없네요."

은지는 극 대부분에서 취해 있다. 취객 연기를 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김수연은 "저는 취해서 주사를 부려본 적이 없어서 힘들었어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녀는 "처음엔 제가 취했을 때를 생각하며 연기했는데 다른 캐릭터와 겹치더라고요. 어느 날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으로 정신을 놓고 마음껏 연기했는데, 제대로 찾은 것 같아요. 특히 술에 취한 상태로 긴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어서 고민됐는데, 실제로 취하면 진지한 얘기하면서 말을 많이 하니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연기가 나오더라고요!"라고 전했다.

공연을 앞둔 연극 '게스트하우스'를 배우 김수연은 어떻게 볼까.

"텍스트만 봤을 땐 '재밌다'라는 인상이 강했지만 두 번, 세 번 읽고 연습을 하면서 '작가가 많은 걸 담고 싶어 하는구나'가 보였어요. 그게 잘 드러나기도 하구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재미까지 줘서 참 좋아요. 단순히 억지로 웃기는 게 아니라, 상황 자체를 사람들이 공감하고 재밌도록 만들거든요."

그는 이어 "이 작품을 통해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와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동안 웃길 때 망가지는 연기를 많이 했는데, 상황이나 호흡을 통해서 웃길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처음 배운다는 생각으로 내려놓고 연습하고 있죠"라고 전했다.

그녀는 배우지만 에어로빅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수연은 "배우라는 직업을 하려면 몸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연을 준비하다보면 술도 자주 마셔서… (웃음) 무대에서 봤을 때 딱 잡혀있는 몸이 보기 좋아요. 체력적인 부분도 중요하구요. 매일 자기관리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득이 되는 일 같아요"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녀는 대뜸 "당분간은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김수연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서 공연이 끝나면 한 달 정도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쉬고 싶습니다"라며 "지금까지 준비한 만큼 공연 때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하얗게 불태울게요!"라고 각오를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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