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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생명위협 느꼈다" 총 꺼낸 홍콩경찰…中인민군 투입 빌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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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홍콩에서 반중국 시위가 12주째 이어진 가운데 25일 진행된 시위에서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이날 AP통신은 홍콩 경찰이 경고 사격을 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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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집회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던 홍콩 시위가 약 2주 만에 다시 폭력 양상을 띠며 격화됐다. 25일 12주째로 접어든 홍콩 사태는 시위대와 경찰 간 격한 충돌 속에 화염병과 최루탄이 재등장했고, 이날 물대포도 처음으로 등장했다. 시위가 과격해지자 홍콩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비록 공중을 향하긴 했지만 실탄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전날 시위에서는 일부 참여자가 행진 도중 길가 가로등 밑동을 전기톱으로 잘라 쓰러뜨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정계 인사들과 긴급 회동해 혼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날 홍콩 카이청 지역에 있는 카이청 운동장에서는 오후 2시 30분부터 시민 수천 명이 참여한 가운데 송환법 반대 집회가 열렸다.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들고 모여든 홍콩 시민들은 오후 3시 무렵 집회가 끝난 후 예정대로 췬완 공원까지 행진하면서 "홍콩인들 힘내라" "5대 요구 하나도 빠뜨릴 수 없다" 등 구호를 외쳤다. 홍콩 시위대 측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 조건 없는 석방과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홍콩지하철공사(MTR)는 이날 콰이퐁역과 췬완역 등 집회가 열린 카이청 운동장 주변 지하철역을 오후 1시 30분부터 폐쇄해 시민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시위 양상은 이날 오후 5시 이후부터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이날도 전날처럼 공식 집회와 행진이 끝난 후 일부 시위대가 췬안 공원 인근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시위 참여자들은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들어 '홍콩 독립'을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 후 행정장관 집무실까지 행진하면서 "경찰을 시민에게 돌려보내라" "정치적 위기는 정치적 수단으로 해결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게 경찰의 무력 사용 자제 등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이것이 실패하자 완차이에 있는 경찰본부로 향했다.

시위대는 벽돌과 화염병 등을 던지면서 격렬하게 저항했고, 경찰은 홍콩 시위 사상 처음으로 물대포차 2대를 시위 현장에 투입해 진압에 나섰다. 이 물대포는 50m 거리에서 1분에 1200ℓ 이상 물을 발사할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 전날 시위에서는 일부 참가자가 행진 과정에서 길가에 세워진 '스마트 가로등' 밑동을 전기톱으로 절단해 넘어뜨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교통 상황과 대기 질을 모니터하기 위한 스마트 가로등에 달린 감시카메라가 시민들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참가자 일부는 성조기를 흔들며 반중 정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서 충돌이 재연되면서 중국의 개입에 대한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마리아 탐 전국인민대표회의 기본법위원회 부의장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홍콩은 혼란에 빠져 있으며, 중앙정부는 당연히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시위로 10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가운데 2명이 중상을 입었다. 특히 시위에 참여한 남성 1명은 왼쪽 눈에 고무탄을 맞아 피를 흘리는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전날 시위 진압 과정에서 불법 집회, 공격용 무기 소지 등 혐의로 29명을 체포했다. 이들 연령은 17세에서 52세까지 다양했다.

중국 중앙(CC)TV는 람 장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두가 지쳤다'는 제목으로 된 성명을 발표하고, 대화를 통해 출구를 모색할 것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앞서 23일 홍콩철도공사(MTR)는 홍콩 법원에서 임시명령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임시명령은 오는 30일까지 지하철 역사와 열차 이용을 불법적이거나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홍콩 시위 문제로 중국과 영국 간 갈등이 불거진 시점에 중국 공안에게 붙잡혔던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 사이먼 정이 최근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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