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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공상 망상 말고, 감동 깊은 영화를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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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산악영화제 내달 6일 개막 배창호 집행위원장

산악영화는 컴퓨터그래픽 아닌 자연·인간의 모습 그대로 담겨

저변확대가 숙제…영화 외에 전시·도서·강연 등 어우러져야

경향신문

국내 유일의 산악전문영화제인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배창호 감독은 25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영화뿐만 아니라 전시·도서·강연 등도 어우러져야 산악영화 저변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사무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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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 망상, 그리고 현실 도피적인 자극을 주는 일반 상업영화와 차별화해 자연과 인간 사이의 감동 깊은 영화를 보여드리겠습니다.”

25일 배창호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66)은 다음달 막을 여는 산악영화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2016년 처음 개최된 뒤 매년 9월 열리는 국내 유일의 산악 전문 영화제다. 배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악영화제의 지휘봉을 잡았다.

배 감독은 1980년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1982년 <꼬방동네 사람들>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고래사냥>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깊고 푸른 밤> <기쁜 우리 젊은 날>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연출하는 등 198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평가받는다.

배 위원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산악영화제는 등반·탐험·극기 스포츠 같은 것을 다루고 있지만 (영상 기술적으로) 컴퓨터그래픽 같은 가공한 영상물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세계 2대 산악영화제로 꼽히는 이탈리아 트렌토, 캐나다 밴프 영화제는 각각 돌로미테, 로키 산맥 아래의 도시에서 열린다. 배 위원장은 이 점을 되새기면서 “이탈리아나 캐나다처럼 울주영화제도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영남알프스 일대에서 열리는 만큼 세계적인 산악영화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영화인·산악인·국민들이 영화제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산악영화 상영장을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 국한하지 않고 울주군 범서읍 선바위도서관과 언양읍행정복지센터 등 두 곳을 추가했다. 배 위원장이 산악영화제의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다. 산악영화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영화뿐만 아니라 전시·도서·강연 등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배 위원장은 강조했다.

“지난해 산악문화상 수상자인 라인홀트 메스너의 경우 이탈리아 국내에만 서너 개의 메스너 관련 박물관이 있음을 (우리는)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한국인들은 국토의 70%가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살면서 등산은 많이 하지만, 산과 관련한 책이나 전시회, 강연 등에 대해선 아직 관심이 적습니다.”

배 위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집행위원장을 연임하면서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정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해엔 영화제 초기보다 더 많은 관객 동원이 마치 숙제처럼 여겨졌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저변 확대를 숙제처럼 여긴다”고 했다.

일각에선 일반 영화의 박친감 넘치는 영상에 익숙한 관람객들이 자연을 소재로 한 느릿느릿한 영상을 따분해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배 위원장은 “영화를 보는 시각을 조금 바꿔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약간의 흥미를 위해 고전영화 일부도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화제에선 배 위원장이 1984년 만든 <고래사냥>도 상영한다.

배 위원장은 “자연의 웅장함과 그 속에 사는 인간들의 세계,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도전정신은 결코 일반 상업영화의 박진감보다 못할 게 없다”고 말했다. 올해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다음달 6일부터 10일까지 열리며, 세계 45개국 15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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