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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훈련 돈낭비"…트럼프 이중행보에 韓·美동맹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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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두둔하며 韓·美연합훈련 무용 주장 /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한국 압박 / “지소미아 종료, 깊은 실망·우려” / 美 국무부 공개적 불만 표출해 / 아베는 韓·美 틈새 노려 이간질

세계일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한·미동맹을 뒷받침해 온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돈낭비’라며 무용론을 주장했다. 반면 미사일 도발을 거듭하는 북한은 두둔하며 ‘면죄부’를 줬다. 한·미동맹과 한·미 관계가 흔들리면서 안보 위기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틈을 노려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반발하는 일본은 한·미동맹의 균열을 부채질하는 인상이다. 한·미·일 안보공조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기자들을 만나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완전한 돈낭비”라고 말했다. 최근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에 대해서도 “솔직히 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한·미동맹을 경시하는 시각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으로도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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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4일 '새로 연구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화가 나 있었다”면서 “나 또한 그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훈련에 반대할 것을 권하고 싶지만 주변에서 필요하다고 해 축소된 형태로 훈련을 진행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가 ‘장거리 미사일과 핵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며 김 위원장을 감쌌다. 이어 “그(김 위원장)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런 미사일을 시험하고 있다”며 “당신이 그것을 좋아하든 아니든 우리는 미사일의 세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결국, 내가 잘 알게 된 김정은이 옳은 일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달래기를 통해 북한을 실무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외교적 성과를 얻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는 셈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깊은 실망과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한국에 대한 불만을 재확인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트위터 글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는 한국 방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미군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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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테이거스 대변인의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한 뒤 나온 것으로, 실망감과 우려를 다시 피력한 배경은 확인되지 않았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26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트윗을 ‘리트윗’(전달)하고 한글 번역문도 함께 올렸다. 이는 대변인의 발언이 미 국무부 입장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이를 한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한 미국의 반발과 미국 내 한국에 대한 여론 악화로 한·미동맹이 당분간 예전 같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창수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정부의 한국 비판과 관련해 “한·일 간 지소미아 체결은 사실상 미국이 요구해 맺어진 것이었고, 이는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비해 짜놓은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이었다”며 “한국이 이를 깨버리고 미국의 대외정책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 미국으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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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또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 요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는 트럼프는 한·일 갈등을 경제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를 안보 문제로 확대시킨 것은 한국 책임이라고 볼 것”이라면서 “방위비 부담이나 호르무즈 파병 등을 요구하면서 미국 주도의 질서에 더 기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아예 한국을 안보 협력의 대상국에서 배제하는 형태로도 갈 수 있다”며 “어쨌거나 모두 우리가 원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지소미아는 트럼프의 재선에 크게 지장이 없겠지만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북한 미사일의 경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더 신경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아베의 경우에도 신사참배를 했다가 미국이 성명까지 내면서 실망을 표한 점이 있었는데 그 후로 2년은 미·일 관계가 좋지 않았다”며 “마찬가지로 지금 한국도 그런 미국과 다른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에 다양한 부분에서 압력이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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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현지시간) 만나 양자회담을 갖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은 한·미 간 틈을 벌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태도는 현명하지 않다”고 비난했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지소미아 종료 발표 등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복수의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첫날인 24일 안전보장에 관한 토의 중 한국의 태도는 심하다. 현명하지 않다. 그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얕보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신용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이 아베 총리를 적극 지지하는 극우 매체라는 점에서 일본 측이 한·미를 이간질해 한·미동맹의 틈을 벌리려 하는 모양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 대해 신용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며 문 대통령 불신 주체를 김 위원장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으로 보도했다.

이정우·홍주형 기자, 도쿄·워싱턴=김청중·정재영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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