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6 (일)

연구, 창업, 실패… AI 기술로 다시 우뚝 선 '문과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대 졸업생 대표 연설 맡은 25세 강미나 '빅펄애드' 대표… AI로 유튜브 분석, 광고주와 연결

"창업 쉽도록 규제 과감히 풀어야"

오는 29일 서울대의 후기 학위수여식에서는 '청년 창업가' 강미나(25)씨가 졸업생 대표 연설을 맡는다. 강씨는 경영대 주전공, 벤처경영학 연합전공, 미술대 공업디자인 부전공 등 세 가지 과정을 이수했다. 주목할 점은 그가 AI(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유튜브 마케팅 기업 '빅펄애드'를 창업했다는 것.

서울대 측은 "강씨는 AI 기술을 창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청년상을 보여준다"고 졸업생 대표 선정 이유를 밝혔다.

조선일보

AI(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창업에 성공한 강미나 빅펄애드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사무실에서 창업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씨는 어렸을 때부터 창업을 꿈꿨다. 그의 아버지는 맨손으로 새우 치어 양식 사업을 시작해 양식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강씨는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배우는 아버지는 저의 롤 모델이자 경쟁자"라고 했다.

2013년 기업가의 꿈을 지니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캠퍼스 현실은 상상과 크게 달랐다. 학교 동기와 선배들은 각종 자격증·국가고시 공부를 준비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을 목표로 학점·스펙 관리에 골몰해 있었다. 강씨는 "스스로 진로를 찾아 나서야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2014년 벤처경영학 연합전공에 진학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창업 수업을 시작했다. 이듬해 전공 프로그램으로 실리콘밸리 탐방을 다녀왔고, 2016년에는 중국 칭화대로 교환학생도 다녀왔다. 결론은 '미국도 중국도 별거 없다'였다. 아이디어나 기술로 따졌을 때 국내 학생들이 미국이나 중국 학생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깨달음이었다.

중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뛰어든 것은 화장품 사업이었지만 아홉 달 만에 사업을 접었다. 강씨는 "화장품 사업에서는 품질보다 마케팅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한 탓"이라고 했다. 실패를 통해 데이터와 분석력의 가치를 배웠다.

학교 선배가 차린 앱 개발사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낮에는 마케팅 관련 업무를 하고, 밤에는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학교에서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그로스 해커스'라는 학회도 만들었다. 이처럼 철저한 준비 끝에 '빅펄애드'가 탄생했다.

빅펄애드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을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광고주에게 가장 적합한 유튜버를 추천해준다. 강씨와 지인 1명으로 시작했지만 직원이 10명으로 늘었다. 사업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3월 네이버 계열 벤처캐피털 '스프링캠프'의 투자도 받았다.

그는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창업 휴학으로는 1년만 학업을 쉴 수 있고, 전공필수나 교양 학점이 너무 많았다"며 "학생 창업가들을 위해 보다 유연한 학사관리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성 세대들이 만든 규제들을 과감히 개혁해 창업의 길을 터줘야 합니다."

강씨는 졸업 축사로 "사회에 나가서도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순응하지 말고 더 배우고 노력해 이를 개선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 학생은 세계에서 제일 똑똑하고 잘 배우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패와 좌절에 굴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 공부하고, 자기 길을 묵묵히 걸으면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류재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