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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세계 대기오염 지역에 어린이 1700만명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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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 한국 청소년 만나 미세먼지 토론

"생활습관 악순환 끊자" 학생 말에 "아이들도 함께 목소리 내야" 제안

"한국은 OECD 국가 중 어린이들의 미세 먼지 정책 참여가 부족한 나라입니다. 총재께선 한국 어린이의 참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하실 생각이신가요?"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어린이지구촌체험관. 용인 초당고 2학년 김다연(16)양의 당찬 질문에 헨리에타 포어(71) 유니세프 총재가 웃으며 말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같은 학교 김동우(17)군이 "먼저 어른들이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포어 총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럽시다."

조선일보

27일 오전 서울 유니세프 어린이지구촌체험관에서 열린 '유스 토크—미세 먼지가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 간담회에서 헨리에타 포어(가운데) 유니세프 총재가 청소년 참가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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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방한한 포어 총재가 27일 유니세프한국위원회를 방문했다. 이날 마련한 미세 먼지 간담회 '유스 토크―미세 먼지가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한국 초·중·고등학생 28여명이 유니세프 총재와 함께 한국의 미세 먼지 문제를 논의했다.

검은색 정장과 구두 차림에 노란색 스카프를 목에 두른 채 행사장에 들어선 포어 총재는 행사 모두 발언에서 "전 세계적으로 대기오염 수치가 국제 안전 기준 대비 6배 이상인 지역 어린이들이 1700만명에 달한다"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고 했다.

포어 총재는 "삶과 미래가 위협받는 아이들을 위해 공기를 깨끗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 뒤 "한국이 대기오염 문제를 다루는 모범 국가로 알고 있다"며 "나머지 국가들이 한국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길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간담회에서 포어 총재는 자신이 직접 답을 내리기보다 학생들 스스로 답을 이끌어내도록 했다. 청심국제고 3학년 박성주(18)양이 "미세 먼지 문제를 악화하는 생활 습관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물었다. 포어 총재는 "학생들이 저를 가르쳐주길 바란다. 무엇을 제안하고 싶으냐"고 되물었다. 박양이 "학교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답하자 포어 총재는 "함께 해볼까"라고 했다.

이날 포어 총재는 청소년 극단 '날으는 자동차'의 뮤지컬도 관람했다. 미세 먼지 문제를 서로에게 떠넘기는 어른들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극단 소속 초·중학생 19명이 참여했다. 공연이 끝나자 포어 총재는 "여러분의 공연 영상을 가져가도 되겠느냐. 많은 이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국제학교인 세인트폴서울 11학년 최지호(18)양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뒤 "유니세프는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는데 포어 총재가 한국의 환경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 놀랐다"고 했다. 성남 불정초 6학년 장지원(12)양은 "포어 총재가 우리들 이야기를 하나하나 열심히 들어주는 게 따뜻하고 친근했다"며 "포어 총재를 비롯한 유니세프와 한국 어른들이 힘을 합쳐 미세 먼지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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