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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공포가 시작되나...日 화이트리스트 카드, 요동치는 동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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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소미아 비판, 일본 한국만 공격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본이 28일 예상했던 수순으로 돌입했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며 사실상 경제 전면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중단만 비판하고 있고, 미국과 무역협상의 큰 틀을 마련한 일본 아베 내각은 자국의 퍼주기 지적에 한국 공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미중 경제전쟁은 끝을 모르고, 홍콩 및 대만사태까지 연결된 동북아의 긴장감만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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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 카드, 떨고있는 산업계

일본은 28일 0시를 기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 비(非)민감품목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 모두 수출 방식이 일반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허가 또는 특별일반포괄허가로 바뀐다. 전략물자 비민감품목은 총 857개며, 여기에 비전략물자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식품과 목재를 제외하면 모든 일본 수출품이 한국으로 들어올 때 규제를 받는다. 일본 정부가 인증한 자율준수(ICPㆍInternal Compliance Program) 기업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일본의 추가 제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달 초 한국을 대상으로 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3대 소재 수출 규제를 걸었으나 최근 세부시행규칙을 마련하며 추가제재를 도입하지 않은 바 있다.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두 차례 허용하는 등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국에서 불고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및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처사다. 그러나 한국 정부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지소미아 중단을 선언하자 사실상 강경대응으로 돌아왔다.

산업계는 발만 구르고 있다. 무디스는 한일 경제전쟁이 심해지며 한국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1%, 2.0%로 전망하며 일본보다는 한국의 피해가 더 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비금융업 기준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경영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응답한 기업은 절반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려 51.6%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핵심 역량에 직격탄을 피할 수 없어 고민이 크다. 미국의 경제매체 쿼츠는 이번 한일 경제전쟁으로 최대 피해자는 삼성이 될 것이라 보도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연일 현장경영을 주도하며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는 한편 탈일본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나 충격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29일 선고될 예정인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관건이다. 뇌물증여 및 재산국외도피 혐의 성립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삼성전자는 콘트롤 타워를 잃을수도, 단단하게 구축할 수도 있다.

법조계에선 파기환송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렇게 되면 재판이 길어져 삼성의 전반적인 경영 행보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수사기관의 옥죄기도 관건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조만간 수사 범위를 확대해 그룹 수뇌부를 정조준할 방침이다. 최근 수사 부서를 특수2부에서 특수4부로 바꾸며 8개월째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핵심 소재 및 부품 경쟁력 지원에 나서는 한편 소재ㆍ부품ㆍ장비 공급망 안정에 2022년까지 5조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일본의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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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동북아

미국의 장단기 채권 역전현상, 중국의 산업 경쟁력 약화, 유럽 최고 산업국인 독일의 불황이 겹치며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동북아시아의 최근 정세도 심각한 시계제로 상태다. 한일 경제전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북아 정세의 흐름에 시선이 집중된다.

중재역할을 기대받고 있는 미국은 한국의 지소미아 중단에만 불만을 표하고 있다. 최초 청와대는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지소미아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소미아 중단으로 한국의 방위비 부담을 올릴 수 있다는 압박에 나서는 한편 지속적으로 "생각을 바꾸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AFP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28일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일인 11월 하순 이전에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면서 "돌아가려면 할 일이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중단의 효력이 발생하는 11월까지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 사이 한국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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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지소미아 중단을 두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낀 바 있다. 미중 경제전쟁 정국에서 중국의 보복관세에 즉각 대응하는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추가 금리인하 시그널을 보이지 않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에게 적이라는 노골적인 비판을 한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두고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 셈이다. 그러나 미국 정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지소미아 부활을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지소미아는 실효성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나아가 한미일 삼국의 긴밀한 군사연대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은 지소미아 중단에 더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중 경제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지소미아 중단으로 동북아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다.

특히 한일 경제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사실상 암묵적으로 일본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당분간 한국에 지소미아 중단 철회만 줄기차게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와 방위비 인상이라는 추가 영수증이 한국에 날아올 수 있다는 우려만 쌓이고 있다.

일본은 한국 비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G7 현장에서 만나 미일 무역협상의 큰 틀을 마련한 가운데, 현재 일본에서는 미국에 지나친 퍼주기만 일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무역협상을 참의원 선거로 연기해준 정치적 선택을 한 가운데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협상에서의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비판이다.

내부의 반발에 직면한 아베 내각의 선택은 한국 때리기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27일 "한국이 역사를 바꿔쓰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면서 사실상 도발에 가까운 입장을 밝혔다. 침탈의 역사를 외면하고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한편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당위성을 찾은 셈이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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