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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오는 10월 말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두고 약 5주간 의회를 임시 폐쇄한다. 브렉시트 이행을 위해 노 딜(No Deal)도 불사하겠다고 밝혀온 존슨 총리가 자신에 맞서 초당적 봉쇄 입법을 준비 중이던 정치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카드를 꺼냈다는 평가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히는 노 딜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파운드화 가치는 미끄러졌고 100만건 상당의 반대 청원도 쏟아졌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존슨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오는 10월14일 '여왕 연설(Queen's speech)'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여왕은 이를 승인했다.
통상 영국 여왕은 하원 회기가 시작될 때마다 의회에서 정부의 주요 입법 계획을 발표하는 연설에 나선다. 이에 따라 9월9~12일께부터 연설 전날까지 영국 하원은 정회하게 된다. 하원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다음 달 3일 개회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의회가 열린 지 불과 일주일여 만에 사실상 폐쇄되는 이례적 일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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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즉각 반발했다. 존슨 내각이 의회 정회 후 노 딜 브렉시트를 강행하려는 술수라는 주장이 쏟아진다. 야권은 관련 입법을 통해 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하는 등 실질적 제동 방안을 논의 중인 상태였다. 하지만 존슨 총리가 의회 정회 카드를 꺼내들면서 브렉시트 예정일인 오는 10월31일 이전에 노 딜 봉쇄 법안을 추진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관행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피해온 존 버커우 하원의장마저 "헌법에 대한 침해"라고 이례적 비판을 쏟아냈다.
BBC는 "노 딜 브렉시트를 저지할 시간이 거의 없어졌다"며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이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런던 도심에서는 수백 명이 반대 시위에 나섰다. 일부 시위대는 "쿠데타를 중단하라"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같은 날 의회 사이트에 올라온 반대 청원에는 밤 10시40분 기준으로 97만명 이상이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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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딜 우려는 즉각 외환ㆍ금융시장에도 여파를 미쳤다. 이날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0.63%, 유로화 대비 0.51% 떨어졌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0.371%)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0%에 더 가까워졌다. 유럽,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증시도 하락장을 기록했다. 런던 증시의 경우 내수주 중심의 FTSE 250지수가 0.69%의 낙폭을 보였다.
정치권 내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다음 달 의회에서 하원의원 간의 고강도 배틀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당장 다음 주 존슨 총리를 막기 위한 입법에 나서고 이후 내각 불신임 표결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존슨 총리의 결정을 "민주주의의 진열장을 깨고 물건을 빼앗는 것"에 비유하며 "무엇이 존슨 총리를 그토록 두렵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니콜라 스터전 제1장관은 당장 저지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영국 민주주의의 어두운 날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존슨 내각은 교육, 보건, 범죄 대응 등 주요한 국내 정책 입법안을 추진하기 위한 연기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브렉시트를 논의할 시한이 충분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코빈 대표가 불신임안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존슨 총리를 영국이 원해온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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