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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동맹에도 할 말은 한다'…'지소미아' 美와 불협화음도 불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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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지소미아·독도문제 '직언'…美국방장관 "한일에 매우 실망" 바뀐 기류도

해리스 美대사 잇단 공개행사 불참 주목…'한미동맹 강화가 곧 국익' 지적도

연합뉴스

"한일 관계는 더욱 냉각...한미동맹과는 별개의 사안"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현혜란 기자 =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싸고 미국과 불편한 기류가 포착돼 향후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외교 기조에 따라 한미 간에도 때론 불협화음이 불거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지만, '한미동맹 강화가 곧 국익'이어서 동맹 관리에 보다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 22일 동맹국인 미국의 만류에도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이미 미국의 입장보다는 국익을 외교정책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은 지소미아 연장을 강하게 원했지만, 일본이 신뢰 문제를 들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강화했기 때문에 한국도 신뢰 관계가 훼손된 일본과 지소미아를 유지하지 않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각급 채널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복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하는 등 강하게 반응하자 정부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미국이 실망과 우려를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한미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자제를 당부한 것이 대표적인 움직임이다.

특히 미국이 지소미아 종결에 대한 원인을 제공한 일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국에 대해서만 반복적으로 실망감을 표현한 것도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미 간에 이견이 있으면 통상 이를 물밑에서 조율하는 게 일반적인데, 해리스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렀다는 사실과 함께 한미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는 내용을 선제적으로 대외에 알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면담 내용이 이렇다 보니 조 차관의 해리스 대사 '면담'은 사실상 '초치'에 가깝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초치'는 사전적으로는 '부른다'는 중립적 의미지만, 실제로는 '항의'와 '경고' 등 부정적인 의미까지 내포된 것으로 여겨진다.

외교부 당국자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도)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고 때로는 이야기한 것을 대외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동맹 관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의 자제 당부가 영향을 미쳤는지 미국의 태도에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한일 갈등 상황과 관련해 "(한일) 양측이 이에 관여된 데 대해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갈등이 촉발된 이후 미국의 고위 당국자가 일본에 대해서도 이처럼 '실망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한다'는 메시지도 여전했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한 강연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우리가 동북아에서 직면한 심각한 안보도전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우려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아예 공개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재향군인회는 29일 개최할 예정이던 해리스 대사 초청 안보강연을 전날 오후 연기했는데, 향군은 자신들이 연기를 결정한 주체라고 밝혔지만 해리스 대사와의 사전 교감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리스 대사는 29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주최한 'DMZ 평화경제 국제포럼'에도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밤 주최측에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해리스 대사가 조 차관의 자제 당부를 의식한 행보겠지만, 행사 불참을 통해 불편한 심사를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독도 방어훈련에 대한 미국의 비판적 입장에도 날이 선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8일 미 국무부가 한국의 동해영토수호훈련을 두고 '한일 양국의 문제 해결을 위해 생산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독도가 누구의 땅인가"라고 반문한 뒤 "누구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는 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과 맞서는 모습이 이어지는 데 대해 정부가 외교정책의 초점을 '국익'에 맞춘 것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28일 브리핑에서 국제사회에 자국 이익 최우선 기조가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현실에 기반해 국익을 위한 외교적 공간을 창출해야 하고, 격동의 시대에 기존의 현상 유지적·단편적 대응만으로는 큰 파고를 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국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한국 정부도 기존의 대응법에 얽매이지 않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기존의 현상 유지적·단편적 대응'이란 무조건 한미관계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대응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도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미동맹도 국익에 앞설 수는 없다"며 "건강한 동맹은 서로 비판할 수 있고, 서로 안 맞을 때는 경계를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삐걱거려서는 국익을 지킬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국익이 걸려있다면 미국과 맞서 싸울 필요도 있겠지만, 동북아 외교환경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에 강력히 대응한다는 것은 수습할 수 없는 방향으로 외교를 이끄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동맹 강화가 곧 국익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한미 간에도 때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잘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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