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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캐나다 CBC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 제작자 “한국인이란 정체성 밀어내려 했는데, 수용하고 나니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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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기자간담회

경향신문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김씨네 편의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캐나다 현지 제작사 선더버드필름의 이반 피산 회장, 폴 선형 리, 진 윤, 안드레아 방(왼쪽부터)이 간담회 시작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드라마어워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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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캐나다 이민가족 이야기, 이민 1.5세 최인섭씨 연극이 ‘원본’

93만 고정 시청자·시즌 4도 제작 마쳐…“곧 한국에서도 선보일 것”


“제가 자라던 시기에 캐나다에서는 한국이 어디있는 나라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았어요. 인종차별적인 놀림을 받을 때도 중국인·일본인이라고 놀림받았죠. 그런 면에서 <김씨네 편의점>은 ‘내가 누구인가’ ‘내 가족이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이해하는 여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진 윤)

캐나다 국영방송 CBC에서 방영 중인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 배우들이 한국을 찾았다.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김씨네 편의점> 기자간담회에는 현지 제작사 선더버드필름의 이반 피산 회장을 비롯해 주인공 가족으로 출연하는 캐나다 교포 배우 폴 선형 리(47), 진 윤(57), 안드레아 방(30)이 참석했다. <김씨네 편의점>은 1980년대 캐나다로 이민 간 한국인 교포 가정의 이야기로, 리와 윤은 각각 이민 1세대인 부모 김상일과 김영미를, 안드레아는 그들의 딸 재닛을 연기했다.

<김씨네 편의점>은 이민 1.5세인 최인섭씨가 극본·연출·제작·연기까지 총괄한 동명의 독립연극에서 출발했다. 한 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 온 최씨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김씨네 편의점>은 가족과 친구들의 삶, 그리고 제 삶의 조각들을 모아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TV 시트콤으로 만들어진 <김씨네 편의점>은 방영 3개월 만에 약 93만명의 고정 시청자를 확보했으며, 시즌2를 연이어 성공시켰다.

피산 회장은 “시트콤은 1980년대 캐나다로 이민 온 교포들이 이후의 한국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작된다”며 “작품 배경이 되는 토론토는 인구 50% 이상이 이민자인 도시다. 캐나다의 이런 점이 저희 TV쇼의 풍부한 자원이고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리는 “마지막으로 한국에 온 건 36년 전이다.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삶의 대부분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밀어내려, 거부하려 노력하며 지냈다. 온전히 캐나다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완전히 받아들이고서야 성공을 이뤘다. 그런 배경이 있어 한국에 다시 오는 게 걱정스러웠다. 막상 오니 더 빨리 올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네 편의점>은 한국인에 대한 편견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 아빠 김상일은 틈만 나면 손님과 딸에게 일제강점기 등 한국 역사를 설명하고,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투철한 애국심은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일으킨다.

한국에서는 수용 가능한 행동이 다른 문화권에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도 있다. 가벼운 ‘딱밤’이 아동폭력으로, ‘똥침’은 성추행으로 오해받는 모습은 현지 시청자들에게는 한국 문화를 이해할 기회를, 한국 시청자에겐 문화 차이에 대한 간접경험을 제공했다. 피산 회장은 “똥침 에피소드를 연기한 중국계 배우들은 똥침이 뭔지 아예 몰랐다. 똥침이 뭔지 이해시키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이었다”며 웃었다.

윤은 “1990년대까지 미디어에서 아시아인들 모습은 중국 조폭, 갱스터로 많이 표현됐다. 제 한국 이름은 ‘윤진희’인데 캐나다에서는 진 윤으로 불린다. 저 자신을 어느 쪽에도 소속되지 못한 중간자라고 여겼지만 <김씨네 편의점>으로 스스로를 찾게 됐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저희 쇼가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결국 ‘가족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피산 회장은 “가족 간의 사랑은 어느 한 민족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란 걸 <김씨네 편의점>을 보고 느꼈다”며 “모든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진짜 이야기’를 건드리는 것이 중요했다. <김씨네 편의점>은 ‘진짜’라는 느낌을 줬고 TV쇼로 만들면서 그 느낌을 최대한 담고 싶었다”고 했다.

현지에서 시즌3를 방영 중인 <김씨네 편의점>은 지난 9월 넷플릭스 코리아에서 공개되며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피산 회장은 “시즌4 제작을 마친 상태이며, 내년 4월 한국에서도 넷플릭스를 통해 시즌4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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