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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서울 자사고 8곳 `일단 유지`…내년 신입생은 자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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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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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으로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취소 통보를 받았던 서울 지역 자사고 8곳이 법원의 결정으로 일단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로써 부산 해운대고와 경기 안산동산고를 포함해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했던 학교 10곳 모두가 기존 일정대로 내년도 자사고 입학생 모집에 나설 수 있게 됐다.

30일 서울행정법원은 경희학원(경희고)·한양학원(한대부고)·동방문화학원(숭문고)·신일학원(신일고)·배재학당(배재고)·일주세화학원(세화고)·고려중앙학원(중앙고)·이화학당(이대부고) 등 학교법인 8곳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모두 인용했다.

재판부는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행정소송 판결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모두 정지한다"고 밝혔다. 법원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의 효력은 자사고 측이 낸 행정소송이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을 때까지다. 또 재판부는 "교육청 처분으로 학교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자사고 9곳에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 중 8곳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했다. 나머지 1곳은 자진해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경문고다. 앞서 지난 28일 부산지법과 수원지법은 각각 해운대고와 안산동산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의 집행정지 신청도 받아들인 바 있다. 이후 부산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은 즉각 항고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법원의 인용 결정에 대해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결정은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의 부당성 때문이 아니라, 추후 발생하게 될지 모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교육부 동의도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본안 판결에서도 자사고 지정 취소가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올해 각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와는 달리 일단 모든 자사고(일반고 자진 전환 신청 학교 제외)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채 2020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됐다. 앞서 각 시도교육청은 올해 평가 대상인 자사고 24곳 중 11곳이 기준 점수(70점·전북 80점)에 미달된다며 지정을 취소한 바 있다. 그러나 제일 먼저 평가를 받았던 전북 상산고는 교육부가 전북도교육청의 판단을 뒤집고 학교 측 손을 들어주면서 지정 취소 결정 자체가 철회됐다. 나머지 10곳은 이번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각 학교들이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제기한 행정소송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자사고 지위를 한동안 유지하게 됐다.

이들 자사고는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차질 없이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한 합동설명회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현재 교육계에선 이들 학교가 최소한 내년 신입생이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행정 소송 과정에서 학교든, 교육청이든 승복하지 않으면 대법원 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선 교육당국의 '자사고→일반고 전환' 정책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학부모와 학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교육청들이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에 항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등 향후 교육당국과 학교 간 법적 싸움이 이어지면서, 지위가 계속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도 고입을 앞둔 학생들 입장에선 잠시 지위를 되찾은 자사고에 지원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수 있다. 입시 업계에선 수시모집 중심인 대학입시 체계를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내신 따기에 불리한 자사고 특징을 감안해 지위마저 불안정한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은 적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반대로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통과한 자사고에 대한 선호도는 높을 것이란 게 교육계 관측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자사고들, 특히 서울 자사고들은 모두 학군 내에서는 최상위권 수준에 소재하고 있는 학교들로 (상위권 학생들 입장에서는) 해당 학교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을 수 있다"며 "학생들은 각종 논란과 상관없이 소신대로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학생수 감소, 내년도 외국어고 재지정 평가, 올해 자사고 논란 등으로 전반적으로는 외고·자사고 경쟁률이 높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결과적으로 외고·자사고 합격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볼 수 있고 민사고, 상산고, 하나고 등 재지정 통과가 확정된 학교일수록 지원자는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민서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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