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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연합시론] 미중 무역전쟁·수출감소, 경제현실 냉엄히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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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오늘부터 상대국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세계에서 경제 비중이 가장 큰 두 나라가 무역전쟁을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무역 국가들이 받는 타격은 더욱 커지게 생겼다. 기대를 모았던 미·중 무역 협상은 아직 별다른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1일 0시 1분(한국시간 1일 낮 1시1분)부터 총 1천12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한다. 식료품과 가정용품 등 소비재 품목들이 주 대상이다. 또 12월15일부터는 약 1천56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가 부과된다. 휴대전화, 노트북컴퓨터 등 정보·기술(IT) 제품들이 포함된다. 미국은 이미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고 있는데 10월 1일부터는 이 세율도 30%로 올린다. 중국도 가만있지 않는다. 1일 정오부터 미국산 수입품 5천78개 품목, 750억 달러어치의 상품 중 일부에 대해 5% 이상의 관세를 물린다. 12월 15일부터는 미국산 자동차와 부속품에 대해서도 각각 25%와 5%의 관세를 물릴 예정이다. 관세부과 시점을 보면 미국에 대한 맞불 대응이 분명하다.

미·중의 무역전쟁은 곧바로 우리 수출에 영향을 줬다. 1일 집계된 우리나라의 8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6% 줄어든 442억달러였다. 9개월 연속 감소세이며, 6월 -13.8%, 7월 -11%에 이어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다. 반도체가 30.7%, 석유화학이 19.2%, 석유제품이 14.1% 각각 감소하는 등 주력 품목이 큰 영향을 받았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21.3%, 미국으로의 수출이 6.7% 감소하는 등 두 나라에 대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수출규제로 우리와 분쟁을 벌이는 일본에 대한 수출도 6.2% 줄었다.

주요국에 대한 수출 감소는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대일본 수출 감소는 일본의 수출 규제보다는 세계적인 무역 분쟁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3개 품목 수출규제가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진 사례가 없는 데다 이들 품목이 전체 대일본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에 그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달 일본이 우리를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한 조치가 실행됐기 때문에 앞으로 실질적인 규제를 얼마나 강도 높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한일 간 관계가 완화되길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미·중 간 무역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협상의 여지가 살아있기는 하나 회담이 취소되지 않았을 뿐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직간접 경제여건이 매우 암울하다는 얘기다. 현실을 냉엄히 인식하고 비상한 마음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 감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앙정부 재정수입은 24.6%로 선진국 35개국 가운데 바닥 수준이다. 향후 수입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급속한 인구 고령화 탓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금리 인하 등의 통화정책과 정부 돈을 푸는 재정정책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 여력이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금리를 자꾸 내리고, 나랏빚을 많이 내는 건 부작용도 우려된다. 아직 그나마 여유가 있을 때 경제를 활력 있게 만들려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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