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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추석연휴 직후 시작된다...법조계 "朴·崔·李 병합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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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박 전 대통령, 뇌물 인정돼 형량 비슷할 듯"
이 부회장 ‘재수감’ 위기..."경감 최대 받아야 집행유예"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법정 다툼이 ‘4라운드’에 돌입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씨의 뇌물수수 등의 사건 모두를 다시 재판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등의 재판은 추석 연휴가 지난 뒤 이달 중순쯤 재판부가 정해지면서 사실상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기록 검토 등을 거쳐 첫 재판이 열리는 시점은 다음달로 넘어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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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선고 재판이 열리고 있다./대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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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관계자는 1일 "대법원에서 사건 기록이 넘어오는 데 보통 2주 정도 걸린다"면서 "기록이 넘어오면 배당절차를 통해 담당 재판부가 정해지고, 해당 재판부가 대법원 판결내용을 검토한 뒤 재판 일정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 파기환송심의 가장 큰 관심은 두가지다. 원심에서 징역 25년,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 형량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항소심에서 장역 2년6개월 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이 부회장이 그대로 집행유예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뇌물은 분리 선고, 강요는 무죄… "朴 형량 큰 변화 없을 것"
지난달 29일 대법원 상고심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사건이 파기환송된 이유는 원심이 그 공직선거법이 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아서다. 공직선거법 제18조 3항에 따르면, 대통령 등은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해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죄의 가중처벌과 형법상 수뢰 및 사전수뢰, 알선수뢰, 알선수재에 규정된 죄의 경우 다른 죄의 경합범에 대해 분리해서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는 재임 중 뇌물과 관련된 죄를 지으면, 선거범과 마찬가지로 선거권과 함께 피선거권이 제한되는데, 이 부분을 고려하기 위해 독립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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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3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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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형사재판에서는 여러 혐의를 동시에 다루는 재판의 경우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형량을 가중해 한 번에 선고한다. 박 전 대통령의 1심과 2심 모두 이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여러 혐의를 합쳐서 선고한 것이다.

상고심을 앞두고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분리 선고 기준을 적용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검찰인 특검도, 박 전 대통령 측도 ‘분리 선고’의 필요성을 주장하지 않았다. 당시 대법원 관계자는 "이 기준은 재판부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라 따라야 하는 강행규정"이라며 "법률적 문제가 드러났으면, 대법원이 직권판단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들을 따로따로 분리해 형량을 정하면 뭐가 달라질까. 법조계에서는 "원심 형량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애시당초 하급심에서 뇌물을 중심으로 형량이 정해진데다, 대통령 권한을 이용해 뇌물을 받았다는 판단에 달라진 게 없는 만큼 분리선고가 형량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대법원이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이나 대기업 일감 특혜의 성격을 강요에 따른 피해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 역시 형량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파기환송심에선 이 부분을 논리적으로 다듬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뜯겼다, 바쳤다, 논리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을 대법원이 정리해 준 것"이라면서 "뇌물죄를 유죄로 본 이상 형량에 미칠 영향은 사실상 없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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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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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집행유예 유지 vs. 재수감…"경감 사유에 달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상황이 한층 나빠졌다. 대법원은 원심이 무죄로 판단했던 이 부회장의 여러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우선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3)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 구입비 34억1797만원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씨가 말들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말들이 죽거나 다치더라도 손해를 물어줘야 할 필요가 없었던 만큼 실질적인 소유권이 넘어간 게 맞는다"고 했다.

또 최씨의 조카 장시호(44)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도 뇌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정 청탁의 대상과 내용은 공무원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과 대가성이 특정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 청탁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뇌물액수는 총 86억여원으로 늘었다.

이 부회장에게 문제는 ‘횡령’ 혐의다. 뇌물공여죄는 금액과 무관하게 법정형이 최대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어 형량에 큰 영향을 못 미치지만, 이 뇌물은 모두 회삿돈으로 전달돼 횡령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부분 형량이 높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50억원이 넘으면 최소 징역 5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처하도록 돼 있다.

법대로라면 징역 3년형을 초과하면 집행유예를 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받지 않는 이상 다시 수감돼야 한다. 항소심에선 뇌물액과 횡령액이 36억여원만 인정돼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되고,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났다.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형의 감경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에는 특가법상 횡령죄에 대해 감경 사유와 가중 사유에 따라 징역 2년 6개월에서 8년 사이로 형량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부회장이 재수감되지 않으려면, 횡령금 반환 등 감경 사유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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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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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까지 오래 안 걸릴 것"...세 사람 ‘병합’ 가능성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공범, 두 사람과 이 부회장은 뇌물 수수자와 공여자 관계여서 서울고법이 세 사건을 같은 재판부에서 함께 판단하도록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원 관계자는 "사건이 접수되면 정해진 절차대로 재판부에 배당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형사 담당 재판장들을 중심으로 사건들을 함께 심리(병합)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할 수도 있다"고 했다.

병합 심리는 통상 피고인이나 검찰의 신청이 필요하다. 검찰은 공소유지 방식을 두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재판부가 정해진 뒤 병합 여부에 대한 의견을 구해오면, 절차에 따라 검토 결과를 제출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우리가 먼저 그 부분에 대한 의견을 낼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파기환송심이 선고까지 예상보다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핵심 쟁점들에 대한 판단을 이미 내렸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 실제 다퉈질 것은 형량에 대한 부분 정도일 것 같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속하게 적법한 선고 결과가 나오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 하겠다"고 했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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