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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美中 관세폭탄에 美소비쇼크 비상..침체 가속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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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관세대상에 소비재 대거 포함..소비쇼크 우려 고조 소비자 체감 경기 급랭·부유층 지출감소 등 경고음 트럼프, "9월 무역협상 예정대로 진행"..불안 달래기

미국 경제 버팀목인 소비지출에 비상이 걸렸다. 9월 들어 다시 불붙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 난타전에서 소비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제품이 대거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악화하는 가운데 관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경우 소비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얼어붙으면 미국은 경기침체의 소용돌이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이 1일 0시 1분(현지시간)을 기점으로 총 3243개 품목, 연간 1120억 달러어치에 15%를 매긴 새 관세폭탄의 특징은 소비재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케첩, 의류, 전동공구, 평면TV, 운동화뿐 아니라 미국 대표기업 애플이 중국에서 제조하는 애플워치, 애플워치밴드, 에어팟, 아이맥 컴퓨터도 관세 대상이다. AP통신은 중국산 소비재 중 69%가 관세 영향에 놓이게 됐다고 집계했다. 종전까지는 29% 정도였다.

지금까지는 주로 산업재가 관세 대상이었다면, 미·중 무역전쟁 격화 속에 관세 범위가 확대되면서 소비재까지 옮겨붙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 품목은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로 이어지는 쇼핑 시즌과 성탄절 연휴 대목에 가격 상승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캐서린 루스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교수는 "이번 관세는 영수증에 직접 찍히지 않지만 소비자의 지갑 사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보이지 않는 소비세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오는 12월 15일부터는 중국산 제품 약 1560억 달러어치에 15% 관세가 새로 부과된다. 애플 아이폰을 비롯한 휴대폰, 랩톱, 태블릿PC, 장난감 등이 전부 관세 대상이다. 사실상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 전체에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문제는 관세 불똥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경우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CNN에 "미국 가계가 지출을 계속하는 한 경제는 끄떡 없을 것이다. 침체를 피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가계가 지출을 피하면 게임은 끝난다. 곧장 침체에 빠진다"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을 시험에 들게 할 것이라고 짚었다. 안 그래도 미국 소비자들은 지난 수년 동안 이어진 저인플레이션 환경에 적응돼 가격인상에 대한 저항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미국 대형 백화점체인 메이시스는 관세 영향에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자 고객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미국 경제는 소비에 의존해 성장해왔다. 올해 2분기에는 2% 성장했는데, 소비가 수출과 기업투자 지표의 부진을 만회한 결과다. 같은 기간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를 기여하는 소비지출은 4.7% 증가했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2020년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0.3% 갉아먹고 연간 실질 가계소득을 580달러 끌어내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추산한다. 가계의 소비여력이 그만큼 줄게 된다는 얘기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이미 소비시장에선 위험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는 지난달 89.8에 그치며 2016년 10월 후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전월비 낙폭은 8.6포인트로 약 7년 만에 가장 컸다.

소비지출의 대표적 가늠자로 통하는 자동차와 주택판매도 올해 상반기에 전년대비 각각 2% 감소했다고 CNN은 전했다. 린 프랑코 컨퍼런스보드 선임 연구원은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들은 먼저 재량 지출 및 자동차·주택과 같은 목돈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CNBC는 최근 부유층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 역시 경기침체의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급 부동산에서 명품, 클래식 자동차, 예술작품 등 부유층 소비에 위축세가 두드러진 반면 상위 10% 부유층의 저축은 지난 2년 동안 두 배나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소득 상위 10%가 미국 소비지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면서 "지금까지는 중산층 지출이 부유층 지출 감소를 상쇄했지만, 앞으로 부유층의 지출 감소가 더 진행된다면 경기확장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여잡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예고한 대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6~9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닥칠 것으로 봤다. 스탠더드차터드는 12개월 내 침체 가능성을 25%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협상을 계속하겠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며 불안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중국과 대화하고 있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협상은 9월에도 여전히 진행된다"며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이 1년에 5000억 달러를 우리나라에서 뜯어내는 것을 더는 허용할 수 없다"며 관세 강행 및 추가 관세의 명분을 강조했다.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fiyonasm@ajunews.com

윤세미 fiyonas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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