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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원금 다 날아갈수도 있는 DLF, 현금까지 주며 핸드폰 팔듯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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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일부, 현금제공 미끼 판매 의혹

‘불완전 판매’ 피해 차호남씨 시위

“우리은행 직원이 안전하다 말해

원금 3억 석달새 1.9억원만 남아

이 와중에 수수료 1700만원 떼가”

불건전 영업 등 비난 받을 소지

피해자들 조직적 항의 움직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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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이 다 날아갈 수도 있는 파생상품을 핸드폰 팔 듯이 팔았습니다. 카드 모집인들이 현금 주는 것처럼 우리은행 직원이 현금도 30만원 건네줬어요. 영국이 망하지 않는 한 이 상품은 괜찮다고 했어요. 5월 하순에 맡겼던 3억원을 원금 100% 다 날릴까봐 8월 하순에 환매했는데 1억9천만원 남았어요. 거기서 또 선취 수수료랑 환매 수수료만 1700만원을 떼 갔더라구요. 분통이 터져서 상경했습니다.”

경남 창원에서 상경한 차호남(46·사진)씨는 2일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에서 종일 1인시위를 이어갔다. 한복을 차려입은 채 불완전판매 항의 팻말을 들고 나선 차씨는 “시위를 할 때 한 사람이라도 더 쳐다보라고, 한복이랑 수영복 두 가지를 가지고 왔다가 한복을 꺼내 입었다”며 “얼마나 억울한 심정인지 알겠느냐”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일부 지점에서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을 판매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현금까지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억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을 팔면서 상대적 소액 현금을 미끼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불건전 영업을 했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상당해 보인다. 현행 자본시장법 관련 규정에선 3만원 이상의 금품제공은 사후보고 대상이고 20만원 이상은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른바 ‘고위험 펀드’를 팔면서 현금을 뿌리는 영업행태가 있었던 걸로 확인될 경우 상당한 논란거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금품제공을 제한한 입법 취지도 과도한 금품제공이 기본적으로 불건전 영업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라며 “고위험 펀드를 팔면서 현금을 지급하는 게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1인시위에 나선 차씨에 이어 피해자들의 항의 움직임도 조직화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피해를 접수한 차씨의 1인시위를 시작으로 은행은 물론,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에서 1인시위를 이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최근 우리은행을 사기 판매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이날 “우리은행이 치매 진단서가 나온 80대 고령 고객을 이번 상품 판매 대상으로 삼았다”며 추가 의견서를 접수했다.

이처럼 불완전 판매나 불건전 영업행위의 정황들이 피해자들의 증언들을 통해 속속 드러나면서 은행권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불완전 판매가 확인될 경우 금전적 손해배상뿐 아니라 당장 피비(PB·자산관리전문가) 직원과 법인에 대한 형사적 처벌도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월19일부터 거의 100% 원금손실 상태로 만기를 맞을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을 판매한 우리은행 내부에선 경영진을 상대로 고객들과 화해에 이를 만한 투자손실 보상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고객과 직원이 불완전 판매 여부를 다툴 경우 해당 직원들은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니, 최고경영진에 고객과 화해에 이를 만한 현실적 보상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며 “‘불완전판매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란 전제 아래 고객이 법적 소송에 돌입하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더 나은 금전적 보상 방안으로 화해의 샛길을 찾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불완전 판매가 입증돼 손해배상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투자에 대한 손실 보전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금융회사나 임직원의 위법 행위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사적 화해의 수단으로 손실을 보상하거나 분쟁조정을 통한 보상 등은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한편,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이번 사태는 은행의 불완전 판매뿐 아니라 조직적 사기 판매 혐의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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