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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이슈 5세대 이동통신

[팩트체크] 5G 전용폰인 '갤노트 10', LTE폰으로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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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삼성전자에 갤럭시노트 10의 LTE 버전 출시를 권유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LTE 전용 모델 출시는 어렵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과기정통부는 "LTE 가입자의 선택권 보장"을 내세웠지만, 삼성전자는 "5G 전용폰이지만 얼마든지 LTE폰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맞섰다. '갤럭시노트 10'을 둘러싼 논란을 팩트 체크했다.



①5G 폰은 5G 망만 쓴다?(X)



국내에서 갤노트 10은 '5G 폰'으로 출시됐다. 그러나 기능적으로는 ‘4G(LTE)/5G 겸용 폰’이다. 현재 전국에 5G 기지국이 구축이 완료되지 않았다. 따라서 5G 망만 사용하는 폰은 현실적으로 출시될 수 없다. 5G 커버리지는 전체 기지국의 10% 수준인데, 이마저도 수도권 중심이고 지방엔 5G가 안 터지는 곳이 대부분이다. 5G 기지국이 없는 곳에서는 LTE 망을 이용해서 통화나 데이터 전송이 이뤄진다. LTE와 5G 망을 동시에 사용하는 겸용 폰이 아니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서울 외곽만 벗어나도 실제로 갤노트 10 휴대폰 상단에 'LTE'라는 글자가 뜬다.



②갤노트 10, 4G폰으로 쓸 수 있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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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 10.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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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전용폰'은 이통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쓰는 용어다. 엄밀히는 '이통사가 5G 요금제 가입자에게 주는 폰'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이통사가 최신형 폰을 5G 가입자에게만 주는 이유는 가입자당 매출(ARPU)이 5G가 훨씬 높아서다. 이통 3사는 4G는 물론 5G 가입자의 평균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추정은 가능하다. 5G 요금제는 월 5만 원대도 있지만 7만~10만 원대가 대부분이다. 5만~6만 원대가 주로 팔리는 LTE 요금제보다 ARPU가 높을 수밖에 없다. 4G 가입자가 5G로 갈아타면 월 2만원가량의 통신요금이 더 든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있는 최신 스마트폰은 통신사 입장에서 ARPU를 늘릴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 LTE 가입자는 5600여만명, 5G 가입자는 133만명이다.



③자급제 폰 사면 LTE로 쓸 수 있다? (O)



노트10을 LTE 폰만으로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자급제폰을 구입해 이통3사나 알뜰폰 사업자를 통해 LTE 요금제에 가입하면 된다. 이 경우 이통사가 주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현재 이통3사는 노트10에 요금제에 따라 약 28만~43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준다. 단말기를 자비로 별도로 구매할 경우엔 공시지원금 대신 '월 25%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자급제 폰을 구입해 월 6만 원짜리 LTE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월 1만5000원(6만✕0.25)씩, 2년간 36만원(1만5000원✕24)의 할인을 해준다. 공시지원금은 2주 단위로 변경되는데 지원 액수가 크지 않을 경우엔 요금할인이 유리한 경우도 있다.

인터넷에는 노트 10으로 LTE 요금제에 우회 가입하는 방법이 공유된다. 방법은 이렇다. 우선 5G 요금제에 가입하면서 5G 폰을 확보한다. 이 폰의 유심을 뽑아서 과거에 쓰던 LTE 폰에 장착한다. 이통사 대리점을 찾아가 '5G망 사용 불편'이란 이유를 대고 LTE 요금제로 바꿔 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다시 LTE 유심을 5G 폰에 꽂으면 노트10을 LTE 폰으로 쓸 수 있다. 이 경우 5G 요금제 약정 해약에 따른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지만 LTE 요금제의 단가가 낮아 통신 요금을 적게 내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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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10이 5G 전용 폰으로 출시되자 소비자 사이트에는 LTE 폰으로 쓸 수 있는 지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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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알뜰폰에서는 노트 10 구입 못한다? (O)



이통사에서 LTE 망을 빌려 통신 사업을 하는 알뜰폰 사업자에게는 노트10이 아예 공급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이를 '이통 3사와 제조사의 이해가 맞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5G 요금제를 팔아야 하는 이통사의 입장에 동조해 제조사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노트10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3G에서 4G로 전환되던 시점에도 알뜰폰 사업자에게는 최신폰이 공급되지 않았다. 전체 이통 가입자의 12% 정도인 알뜰폰 가입자는 최신폰을 쓸 수 없는 셈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제4 이통 대신 알뜰폰을 키워 통신비 부담을 줄이자는 정부 정책과 배치되는 단말기 공급 정책"이라며 "알뜰폰 사업자들이 대부분 노년층, 학생, 저소득층이라는 점에서 최신 단말기 공급 차별은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가 커지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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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별 가입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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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전문가들은 "노트10 LTE 제품을 만들라는 과기정통부의 지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의 수익 확대 전략에 제조사가 동조하고 과기정통부는 모른 체 하고 있다"며 "과기정통부가 실제로 노트 10의 소비자 선택권 보장 의지가 있다면 이통사에 LTE 요금제로 가입할 수 있도록 감독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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