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 바커/ 팬덤북스
우편과 택배로 비디오와 DVD를 대여하는 서비스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인터넷(net)과 영화(flicks)라는 이름에 걸맞게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 영화사업을 확장했다. 2016년부터 전 세계 130여개 국가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2019년 상반기 집계된 넷플릭스 가입자만 해도 1억48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제공하는 세계 최강 미디어 플랫폼의 제국이 된 것이다.
이처럼 넷플릭스의 콘텐츠 경영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통일된 콘텐츠 저장물이 없이도 전 세계 각기 다른 이용자의 욕망을 사로잡고 어필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또 각양각색의 프로그래밍과 이용자를 정교하게 파악하는 알고리즘을 구매하거나 개발하는 데 투자했다. 이에 미세하게 타깃화된 이용자 그룹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것은 미디어 역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지평이다. 지금의 넷플릭스는 2016년 글로벌화 버전의 연장선에 있지만 채 5년이 지나지 않아 넷플릭스는 세계 가입자 기반을 3배로 끌어올리고 글로벌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그럼에도 미디어 진화가 실시간보다 선행할 정도로 빨라서인지 최근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조차도 위기라는 예측도 나온다. 연말에 예고된 디즈니 플러스 출시 때문이다.
'넷플릭스' 시대는 분명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창출해낸 시대는 그보다 오래갈 것이다. 미디어 기업이라면 누구라도 따라야 할 적중률 높은 자동추천은 물론 몰아보기할 만한 뛰어난 고품질의 콘텐츠 문법을 발명했다. 현재 넷플릭스 연구는 넷플릭스만의 연구가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 연구를 위한 문지방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올해초 한국 넷플릭스 가입자 현황이 발표되면서 모두가 깜짝 놀랐다. 겨우 20만~30만명 정도로 예측됐던 것에 비해 10배가 넘는 가입자 기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국내 이용자가 1년 사이 4.4배 늘어나 OTT에서 국내 시장에 대한 넷플릭스의 장악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옥수수, 네이버TV, U+모바일tv, MX플레이어, 푹, 올레tv모바일, 아프리카TV 등 국내 7개 OTT 이용자 기반이 지난 1년 사이 148만 명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같은 드라마 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 6월 한국 현지 네트워크와의 협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그리고 미국판 '지정생존자'의 한국 버전 출시 등을 발표했다. 최근 국내 채널과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방송된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성공은 아시아 시장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트에 대한 현지화 전략이 여전히 먹히고 있음을 의미한다. 넷플릭스는 꾸준히 한국시장을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정준희 중앙대 겸임교수는 "넷플릭스에는 새로운 유전자가 각인돼 있다. 그 유전자 속에는 새로운 종의 계통 발생사가 고스란히 누적돼 있다. 따라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그 변이와 진화의 결절점이다. 넷플릭스라는 개체가 아니라 넷플릭스 유전자라는 진화적 계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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