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열린 서울안보대화(SDD)에서 한·일이 공개 충돌했다. 일본의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 배제 조치와 이에 따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놓고서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서울안보대화' 본회의 1세션에서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맨 왼쪽)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국제공조'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 토론회는 박재민 국방부 차관(왼쪽 두번째)과 조지프 디트라니 미국 미주리주립대 교수(왼쪽 세번째) 등 미·중·일·러 등 주요국 정부 관계자와 민간 안보전문가가 참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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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은 일본 측에서 시작됐다. 일본 방위상을 지낸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다쿠쇼쿠대 총장은 첫 번째 본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이 아직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유감스럽고 실망스럽다”며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일본의 경제 관련 조치, 무역 관련 조치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지만 지소미아 연장 문제와 한·일간 교역 문제는 별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로 인해 당시에 일본과 한국의 양자 관계가 개선됐을 뿐 아니라 미국·일본·한국 3자 간에 정보공유가 원활해졌다”며 “미국과 한국, 일본의 삼각 관계에 있어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날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 지금 상황을 되돌아보면 한미동맹에도, 지역안보에도 심각한 전환점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모리모토 사토시 전 일본 방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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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발언은 이 자리에 참석했던 박재민 국방차관이 지켜보는 데서 나왔다. 본회의 패널로 나선 박 차관은 마이크를 이어받자마자 모리모토 총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박 차관은 “정부의 입장을 설명해야겠다”며 “정부는 많은 검토 결과 안보에 대해 한국을 믿지 못하는 나라와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할 수 있느냐는 판단에서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고 받아쳤다. 일본이 “한국으로 수출된 전략물자가 잘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에 대한 화이트 국가 배제 조치에 나선 점을 꼬집은 것이다. 박 차관은 “종료 3개월 전 통보하도록 되어 있어서 통보는 했지만 11월까지 지소미아가 끝나는 상황은 아니다”며 “정부는 일본 정부에 지속적으로 표명한 바와 같이 일본이 조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일본 측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분위기가 과열 양상을 띠자 사회자인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중재에 나섰다. 문 특보는 “지소미아는 상당히 예민한, 민감한 사안”이라며 “한반도 평화유지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되지만 이번 세션은 한·일 갈등의 장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평화에 대해서만 논의해 달라”고 양측을 말렸다.

본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 이미 한·일 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자국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기 위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다”며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는 이웃 국가와 안보 갈등을 조장해 자국 이익을 추구하려는 우려스러운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국가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일본의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이날 미측 대표 자격으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이 참석했지만 별다른 발언 없이 이낙연 국무총리의 축사가 끝나자 자리를 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오후 정 장관 주관으로 열리는 만찬에 다시 참석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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