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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계단 내려가기 겁났는데…딱 맞는 인공관절 덕에 등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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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무릎 150도까지 굽힐 수 있어

내구성 뛰어나 20년 이상 사용

피부 절개 최소화로 회복 빨라"

중앙일보

분당 서울나우병원 류호광 원장(왼쪽)이 무릎 인공관절 수술 후 다리 근력을 강화하는 환자의 재활치료를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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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약했던 김순연(가명·61·경기도 성남시)씨는 더 이상 계단이 무섭지 않다.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아야 하는 걸레질도 편하게 한다. 김씨는 6개월 전 한국인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 중이다. 치료 전에는 무릎이 아파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일어나기 싫어했다. 무릎 통증으로 절뚝거리면서 걷다보니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도 꺼렸다. 수술 후에는 무릎이 아프지 않아 젊은 시절 좋아했던 산을 다시 가볍게 오르기 시작했다.

건강한 무릎은 삶의 질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나이가 들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릎 연골이 서서히 닳으면서 망가진다. 무릎 연골이 광범위하게 닳아 위아래 무릎뼈끼리 맞닿는 말기에는 망가진 무릎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관절로 대체해야 한다. 분당 서울나우병원은 한국인의 해부학적 무릎 모양과 크기, 손상 정도, 생활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한다. 한국인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다. 분당 서울나우병원 관절센터 류호광 원장은 "수술 후 지속적인 재활을 통해 무릎을 원하는 만큼 편안하게 굽혔다가 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인공관절 'b.r.q Knee' 개발



인공관절 수술의 핵심은 정교함이다. 자신의 발에 맞는 신발을 신어야 편한 것처럼 손상된 무릎관절의 모양·크기에 맞는 인공관절로 대체해야 무릎을 편하게 굽혔다 펴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은 대개 손상된 무릎관절을 다듬은 다음 그 부위에 미리 제작된 인공관절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서양인의 체형과 무릎 모양, 크기, 생활습관 등을 기준으로 만든 인공관절 디자인이다. 해부학적으로 한국인의 무릎은 서양인과 비교해 무릎뼈의 앞부분은 좁고 뒷부분은 넓다. 무릎의 손상 정도도 다르다. 양반다리나 쪼그려 앉기 같이 무릎을 많이 굽히는 좌식 생활에 익숙한 한국인은 무릎의 앞부분 중에서도 안쪽이 더 많이 닳는다. 하지만 한국인의 무릎 상태에 맞는 인공관절이 없어 서양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인공 관절 중에서 적당한 것을 선택해야 했다.

그 여파는 상당하다. 우선 무릎을 많이 굽혔다 펴는 일상생활이 불편하다. 특히 바닥에 앉기나 무릎 꿇기, 쪼그려 앉기, 양반다리 같은 동작을 어려워한다. 억지로 무릎을 굽히면 인공관절의 뒤쪽 끝이 주변 조직과 부딪혀 통증을 유발한다. 인공관절의 수명도 예상보다 짧다. 인공관절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빠르게 닳는다. 결과적으로 인공관절을 다시 넣어야 하는 재수술 비율이 높아진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한국인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로 이어졌다. 분당 서울나우병원 강형욱 이사장 연구팀이 인공관절의 활동 범위를 넓힌 한국형 인공관절 'b.r.q Knee(Bending, Rotating and Quantum leap Knee)'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한국인의 무릎뼈 356개를 일일이 측정해 평균치를 산출한 다음, 국내에서 많이 쓰이는 인공관절과 대조하면서 어느 부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안 맞는지를 살폈다. 류 원장은 "한국인의 관절 특성을 반영해 인공관절 디자인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양반다리 자세, 쪼그려 앉아도 편해



분당 서울나우병원에서 시행하는 한국인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 좌식 생활이 가능하다. 인공관절 디자인 개선을 통해 무릎을 150도까지 굽힐 수 있다. 무릎을 완전히 굽혀 꿇어앉을 때 필요한 각도다. 양반다리나 쪼그려 앉는 자세도 무리 없이 가능하다. 자전거를 타거나 골프·등산 같은 운동도 즐길 수 있다. 기존 인공관절로는 무릎을 120도 정도만 굽힐 수 있었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의자에 앉는 것은 가능하지만 좌식 생활은 불편하다.

둘째로 내구성이 우수하다. 무릎 인공관절의 마모도를 최소화한 디자인과 인체 친화적인 소재를 적용한 덕분이다. 분당 서울나우병원에서 사용하는 한국인 맞춤형 인공관절 'b.r.q Knee'는 무릎뼈를 감싼 금속에 맞춰 플라스틱 연골이 유동적으로 좌우로 회전하면서 움직인다. 무릎의 실제 움직임과 유사하게 구현했다. 무릎을 굽혔다 펼 때 인공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고루 분산된다.

여기에다 인공관절에 사용된 금속을 질화티타늄으로 특수 코팅해 인공관절 표면에 흠집이 덜 생기도록 했다. 실제 인공관절의 유형별로 마모도가 어떻게 다른지 측정하는 검사에서 'b.r.q Knee'의 마모도는 2.48로 가장 낮았다. 고정 연골판을 사용하는 인공관절은 22.5, 움직이는 연골판을 사용하는 인공관절은 7.5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10~15년 정도였던 인공관절의 수명을 20년 이상으로 늘렸다.

셋째는 일상 복귀가 빠르다. 우선 피부 절개 범위 자체가 작다. 인공관절의 크기가 그만큼 작아진 데다 절개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15㎝ 이상 절개해야 했지만 한국인 맞춤형 인공관절을 활용하면 8~9㎝만 짼다. 자신에게 맞는 인공관절로 수술하다 보니 뼈를 잘라내고 다듬는 범위도 좁다. 신체 부담이 적어 수술한 다음 날부터 걸을 수 있다.

체계적인 재활 관리도 한몫한다. 퇴행성 관절염을 오래 앓은 사람은 운동량이 줄어 근육이 위축돼 있다. 류 원장은 "체중을 지탱하는 허벅지 앞쪽 근육이 약해져 있다"며 "수술 후 다리를 쭉 뻗는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다리 근력을 강화하는 무릎 재활을 꾸준히 하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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