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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北 전역을 미사일 숲으로" 김정은의 장담,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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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제안한 지 7시간 만인 10일 오전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북한이 북·미 대화 주도권까지 염두에 두고 ‘협상용’ 무력시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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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월 이후 발사한 미사일 비행거리 적용해보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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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 6시53분과 오전 7시12분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의 발사체를 각각 1차례씩 모두 2발을 발사했다. 발사체의 최대 비행거리는 약 330㎞로 탐지됐다. 군 당국은 이번 발사체의 종류는 물론 고도와 속도를 놓고 아직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라 불리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지난달 24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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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8월 16일 발사한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비행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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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전날 오후 11시40분께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대미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다가 곧바로 다음날 아침 발사체를 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의 이 같은 행보를 ‘몸값 높이기’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안보 위협을 끊임없이 조장해 재개되는 북미 대화에서 협상 지렛대로 삼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최 제1부상은 실제 전날 담화에서 “미국 측이 조미 쌍방의 이해 관계에 다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북한의 무력시위의 장소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들어 10번째에 해당하는 북한의 이날 발사체의 발사 지점은 지난 9차례 발사된 곳과는 달리 비교적 내륙 지역에서 실시됐다. 북한이 올해 발사체를 쏜 곳은 그간 강원도 원산, 함경남도 함흥 등 서쪽 또는 황해남도 과일 등 동쪽 해안 도시였다.

군 당국자는 “북한 전역에서 언제든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김정은이 이번 발사에서 보여주려 한 것 같다”며 “북미 협상 전 한·미에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이 과거 천명한 ‘미사일 수림화’가 현실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정은은 2013년 북한 전역을 미사일 숲처럼 만들어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공격력을 갖출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북한이 정상적인 자위권을 대내외에 보여주려 했다는 의견도 있다. 미사일 등의 발사 시험은 주권 차원의 문제로 유화적 담화와 별개라는 점을 알렸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외형적으로는 최 부상의 담화와 무관하게 무기의 현대화이자 자위를 위한 정상적 통치행위이고 북미회담과 상관없이 내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이번 발사를 평가했다.

"모든 나라는 스스로를 방어할 주권을 갖는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지난 6일 발언을 북한이 시험대에 올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려는 취지로 "모든 나라는 스스로를 방어할 주권을 가진다"며 "우리는 경제적 기회와 함께 북한 주민에 대한 더 나은 삶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 정보만 공개"=합참은 이날 북한 발사체의 고도와 속도를 발표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 발사체의 세부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 앞으로 일부 정보만 언론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한·미의 탐지 능력을 파악해 역이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한·미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집중력이 가장 떨어지는 일출 직전을 전후로 미사일을 발사해왔다. 이 소식통은 "합참이 북한 발사체의 사거리·고도·속도를 밝히면 북한이 자신들이 제원과 비교해서 한·미의 탐지 자산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이를 통해 탐지 자산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발사체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공개했는데 나중에 사실과 다르다고 판명날 경우 지게 될 정치적 부담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권명국 전 공군 방공포병사령관은 "정부는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된 뒤에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며 "만일 정보가 틀리게 나간다면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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