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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5G 스마트폰·8K TV…中 전자기업 "더이상 추격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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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화웨이는 IFA 전시 기간에 1895년 건립된 `베를린의 상징` 카이저 빌헬름 교회 옆 초고층 건물에 자사의 최신 프리미엄폰 `P30` 전면 광고를 내걸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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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저 빌헬름 2세가 독일을 통일한 카이저 빌헬름 1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1895년 세운 카이저 빌헬름 교회.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의 포화가 그대로 남아 있는 빌헬름 교회는 한때 동서로 갈린 베를린의 역사를 상징하기에 더욱 뜻깊은 명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인 IFA 2019 기간에 이 랜드마크를 둘러싸고 글로벌 기업들 간 치열한 광고전이 벌어졌다. 화웨이는 교회 옆 초고층 건물 전면에 최신 프리미엄폰 'P30' 광고물을 내걸었다. 독일에선 뮌헨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최근 5G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화웨이가 이를 겨냥해 최신형 5G 스마트폰 초대형 광고물을 내건 것이다. 이 스마트폰에는 화웨이가 자랑하는 5G 통합 칩 등 최신 기술이 총망라된다. 근처 역 근처에는 중국 TCL의 제품 광고가 쇼핑센터 주변에 걸려 있다.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광고는 버스 정거장에, LG전자는 공사장 주변 광고판에 광고를 내건 게 고작이었다. 미국 시장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중국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아무리 유럽 쪽에 집중했다고 해도 머릿속에 중국 전자 기업들이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경쟁자로 확실히 인식됐다.

9월 6~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에선 중국 업체들이 강한 존재감을 뽐냈다. 리처드 위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단상에 올라 "세계 최초의 5G 스마트폰용 통합 칩이 바로 이 '5G 기린990'"이라며 "삼성전자나 퀄컴의 반도체보다 우리 제품이 훨씬 성능이 좋다. 우리는 두 회사가 아직 구현하지 못한 까다로운 5G 기술 부분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종일관 자신감에 찬 얼굴로 기린990의 각종 기능을 퀄컴, 삼성과 끊임없이 비교했다. 모든 수치에서 기린990이 앞선 데다 이미 전날 부사장급 임원이 삼성전자가 앞선 속도 부분을 5G 표준상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사전 준비까지 마친 계획된 시나리오를 들고 나왔다.

IFA에 참가한 중국 업체만 900곳이 넘는다. 전체 참가 업체 1939곳 중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두 번째로 많이 참가한 독일보다 참가 업체 숫자로만 봐도 두 배 많다. 물론 전시회장에선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한국 기업들이 압도적인 전시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과거에는 무작정 베끼기 위해 몰래 한국 전시관을 둘러보던 중국이 이제는 성큼 자라서, 한국 업체들도 솔직히 말해 위협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이달래 삼성전자 리빙상품기획담당 상무는 "세탁기의 경우 그동안 우리가 세탁 시간을 절약하는 차별화 기술을 갖고 있었는데, 중국 업체가 이 부분을 기술적으로 많이 따라왔다"고 평가했다.

중국 전자업체인 TCL은 65·75·85인치 8K QLED TV를 공개했다. 여기에 5G를 구현한 8K TV도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냈는데 이미 어쨌든 개발을 마친 제품으로 전시장에 갖고 나온 건 지난 1분기 미국 시장에서 삼성전자까지 제치며 1위에 올랐던 TCL이었다. 이 회사는 곧 스마트폰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서로 다른 형태의 접히는 스마트폰 시제품 세 가지를 소비자들이 만져볼 수 없게 전시하기도 했다. 가로로 접히는 폴더블폰, 세로로 접히는 폴더블폰, 바깥으로 접히는 폴더블폰 등이다. 7.2인치 플렉시블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로 내년부터 폴더블폰을 본격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TV업체들은 중국에 지어진 대형 패널 공장에서 부품을 공급받는다. 예전처럼 국내 패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더 이상 과거처럼 국내 패널을 사서 마무리만 했다고 폄하할 수 없는 노릇이다.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와 하이얼도 TV·청소기·건조기 등 다양한 최신 가전을 선보였다. IFA 행사를 소개하는 IFA인터내셔널은 화웨이와 하이센스 대표 인터뷰로 커버스토리를 만들기도 했다. 바야흐로 한국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베를린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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