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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TF초점] 국회 보좌진들 "추석 연휴? 국감 생각에 불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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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추석을 맞았지만 보좌진들은 오는 9월30일 국정감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문제로 여야가 갈등정국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보좌진들은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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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국회 국정감사…어지러운 정국 속 '한 방' 있을지 의문"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국회의원 보좌진들에 추석 연휴는 그림의 떡이다. 오는 9월 30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때문이다. 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에서 의원을 '국감 스타'로 주목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부담감으로 좀처럼 여유를 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감에서 이름을 알린 의원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어 의원의 손발인 보좌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의원실마다 연휴 근무 방식은 다르지만, 대체로 서로 출근 여부를 공유하지 않고 강제성 없이 자유롭게 나와 질의서 작성 등 업무를 처리하는 분위기다.

◆ "업무 강제 없어요…쉴 때도 편치는 않아"

야당 비서인 A 씨(30대·남)는 "원래 (국회로) 나갈 생각이었는데, 현재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인해 앞날이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고향에 내려가야 할 사람들은 갈 거다. 당 상황도 있고 해서 전체적으로 고민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추석 연휴 보좌진의 업무에 대해 "집에 가서도 일 생각을 놓을 수없다. 다른 직종처럼 온전히 명절을 즐기기엔 어려운 직업이라 몸은 고향에 있지만, 일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국감 준비 진행 상황과 관련해선 "국감 질의서를 계속 만들고 있고, 아무래도 다들 일이 과중되는 상황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감 전 2주, 3주라는 시간을 남겨두고 있어 정국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질의서를 위한 자료를 계속 요청하고 있어서 피감기관이나 정부 부처도 제대로 명절을 보내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연휴가 국감 전 마지막으로 쉬는 기간이지만, 국감이 일년에 한 번 밖에 없는 이벤트이니만큼 편히 보낼 수 없다"고 했다.

올해 추석은 평소보다 이른 편이다. 때문에 국감 전 한숨 돌릴 수는 있지만, 여야의 갈등이 극심한 요즘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는 게 보좌진들의 생각이다.

다만 추석 업무는 강제성이 없어 여당 비서 B 씨(20대·여성)는 이번 추석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그는 "저희는 서로 온다 간다를 말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나와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눈치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저는 이번에 일을 갖고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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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가장 큰 행사인 국정감사를 앞둔 보좌진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다만 추석 연휴 내엔 누가 언제 나와 일하는지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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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주변 보좌진들의 연휴 중 출근 소식을 다수 들었다는 그는 "국감을 앞둔 시기라 바쁠 수밖에 없다. 저희 같은 경우도 질의서를 쓰는 등 상임위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 비서관 C 씨(30대·여성)는 "연휴 때 바쁘다고 일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풍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모두 자진 반납한 그는 "연휴 업무야말로 각자 재량 아닌가 싶다. 이건 자기만족이고 제 기준이고 제 업무 성과를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예전 방에선 언제 나와라 해서 다 같이 뭘 준비하거나 했었는데 솔직히 그러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저는 직급이 낮지 않다 보니 오히려 '내가 좀 더 나서서 해야 되지 않을까'란 압박감도 없지 않아 있다"며 "사실 누가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거다. 다만 이런 문화가 정착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추석 때 나와서 일해야 되는 구나'라는 풍조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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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기간을 앞두고 보좌진은 물론 피감기관과 정부부처도 바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이번 국감은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이 잦은데다 장관 임명을 놓고 벌어진 여야 갈등 때문에 제대로 주목을 받을지 미지수란 지적도 나온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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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국감, '빅 이벤트' 못될 수도?…"직원 대부분 지역에"

아울러 C 씨는 다가오는 국감을 '힘 빠진 국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는 특히 본회의가 잘 안 열렸다. 2·4·6월도 그냥 지나가고 선거가 열리는 해도 아니"라며 "매일 여야가 다툼만 하다가 국감이 오니 다들 붕 떠 있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의원실 직원들은 총선 때문에 지역에 가 있다. 국감 스타가 될 것 아니면 지역구에 가서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얼마만큼 영향이 있겠나. 화력이 많이 약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실제 총선을 6개월여 남은 시점이다 보니 상임위 활동에 몰두해야 할 비례대표 의원들도 재선을 위해 지역구 다지기에 한창이다. 평소 같으면 국감을 앞두고 '의원실발 특종'이 하나둘씩 터져야 할 시기에 의원들은 모두 밖에 있다. 바로 조 장관 정국으로 장외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C 씨는 "원래 국정감사는 정말 어수선하고 약간 들떠 있다. 국감 첫날, 상임위장에 들어가면 싸늘한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였다"며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특종이라는 개념이 조금 사라지는 것 같다. 너나 나나 들고 오는 특종이 파급력은 있는지 의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 정부 들어서 정보 접근이 어렵거나 정부 측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때가 있다. 제가 야당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느낌이 사뭇 다르다. 나쁘게 말하면 그렇지만 좋게 말하면 강직한 스탠스"라고 덧붙였다.

또한 국감 직전 장관 인사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C 씨는 "국감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장관들을 교체하면 상임위는 이제 막 온 지 한 달 된 사람을 붙잡고 국감을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다들 뭔가 하려고 해도 조금 무력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지금 '가열차게 해서 만들어낸들 과연?'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국회 보좌진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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