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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美해병 출신 전직 검사, 해군 학습 책임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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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해군, 최고학습관리자(CLO)에 전직 州검찰총장 임명 / 해병에 3년간 복무… 예일·하버드 등 화려한 스펙 쌓아

10대 청소년 시절에 미국 해병대에 입대해 3년간 복무한 뒤 명문 예일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다시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50대 남성이 있다. 연방검사와 주(州)검찰총장을 거쳐 대학 총장에까지 오른 그가 청춘을 바친 해군·해병대로 돌아가 후진 양성에 매진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13일 미 해군에 따르면 하버드대 방문교수인 존 크로저(53) 변호사가 최근 미 해군 및 해병대 장병들의 학습 프로그램을 책임질 미 해군의 최고학습관리자(CLO·Chief Learning Officer)로 영입됐다.

세계일보

미 해군·해병대의 최고학습관리자(CLO)로 영입된 존 크로저 변호사. 미 해군


CLO는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관리자(CFO), 최고정보관리자(CIO) 등에 비해 아직 우리한테는 낯선 개념이다. 미국에서 CLO는 조직의 인적자원 개발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조직의 영속적 발전을 위해 그 기반이 되는 인적자원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모든 활동들을 관리하는 역할의 담당자를 뜻한다.

리처드 스펜서 미 해군장관은 그동안 해군 및 해병대에 없던 CLO를 새롭게 도입하면서 “해군·해병대 소속 개개인의 지적 능력 계발이야말로 국가안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만약 우리가 미래의 해군·해병대 지도자 양성에 실패한다면 이는 미국 시민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건 창군 이래 첫 해군·해병대 CLO라는 직책을 맡은 크로저 변호사의 독특한 이력이다. 오하이오주가 고향인 그는 어린 시절 인디애나주, 다시 텍사스주로 이사해 자랐다. 17세이던 1983년 미 해병대에 사병으로 입대한 후 1986년까지 3년간 복무했다. 이 기간 조용히 미 본토에만 머문 것이 아니고 파나마, 레바논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한 해외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

제대 후에는 명문 예일대에 진학해 학사와 석사학위를 땄다. 당시 그의 전공은 철학이었다. 그리고 나서 미 최고 명문으로 통하는 하버드대 로스쿨에 들어가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법조인으로서 그는 뉴욕주 연방검사(1997∼2002), 오리건주 검찰총장(2009∼2012) 등 요직을 역임했다.

이후 로스쿨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일에 뛰어든 크로저 변호사는 오리건주에 있는 명문 사립대 리드대의 총장(2012–2018)까지 지내는 등 법조계와 법학계 양쪽에 걸쳐 눈부신 이력을 쌓았다. 최근까지는 모교인 하버드대의 방문교수였다.

이제 젊은 시절 3년간 몸담은 해군·해병대로 돌아온 그는 젊은 장교들이 비판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도록 해군 주요 교육기관들의 학습 프로그램을 개편하는 일을 맡게 된다. 구체적으로 해군사관학교, 해군전쟁대학, 해병대학교, 그리고 해군대학원 등이 그가 집도하는 ‘수술’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크로저 변호사는 또 해군·해병대의 장교가 아닌 부사관, 병사들을 위한 해군지역공동체대학(NCC·Naval Community College)를 설립하는 것과 같은 개혁 과제도 떠맡게 됐다. 이 학교는 해군 및 해병대 사병들한테 민간 대학과 동등한 학사학위 과정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 그들이 현역에 복무하는 동안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다.

해군 고위 관계자는 “해군·해병대에 CLO를 도입한 건 해군 구성원들한테 더 많은 투자를 함과 동시에 지금 당장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환경에 맞서 해군 구성원들로 하여금 적절한 준비를 하게 만드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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