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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프랑스 유명 디자이너가 한영수 '명동' 사진 한 점 사간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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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갤러리 류가헌 내 '사진점방' 개점 일 년…30만∼300만원 다양한 가격대 판매

박미경 관장 "런던서 사말란티 사진 즉석에서 사가는 풍경에 깊은 인상"

연합뉴스

한영수, 명동, 1956 ⓒ한영수문화재단
[한영수문화재단·사진위주 류가헌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난 7월 12일 종로구 청운동 사진위주(寫眞爲主) 류가헌. 사진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화랑인 이곳에 이채로운 차림의 외국인 여성이 들어섰다. 갤러리 귀퉁이로 향한 그는 벽에 걸린 흑백 사진을 유심히 보더니 "아름답다"며 감탄했다.

박미경 류가헌 관장은 사진작가 한영수(1933∼1999)의 '명동' 16번째 에디션을 사 간 이 여성이 프랑스의 저명한 패션디자이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1956년 라이카로 촬영한 '명동'은 말쑥이 차려입고 거리를 걷는 남녀를 무너진 건물 틈새로 담아낸 작업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 움트는 삶의 기운이 엿보인다.

류가헌이 운영하는 '사진점방' 프린트세일갤러리가 최근 개점 1년을 맞았다. 갤러리 안쪽 두 평 남짓한 공간에 가구라고는 예스러운 책상과 수납장 정도다. 단출한 공간을 채우는 것은 벽면에 걸린 몇십 점의 사진이다.

2년 전 영국 런던 출장을 다녀온 박 관장은 사진 애호가라면 꼭 들른다는 포토그래퍼스갤러리를 방문했다. 그는 갤러리 건물 지하 구석에서 프린트세일갤러리라는 이름의 작은 공간을 발견했다.

"서울에서 보지 못한 개념의 공간이어서 계속 지켜봤어요. 한 사람이 와서 펜티 사말란티 사진 한 점을 즉석에서 고른 뒤 1천 유로(약 130만 원)를 내더라고요. 자기가 고른 사진이랑 보증서를 바로 받아서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서울에서는 사진을 걸어두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도 마땅히 살 곳이 없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같은 미술품 장터도 사진을 취급하지만 일정을 꼬박꼬박 챙기기란 쉽지 않다.

작가로서도 마찬가지다. 스튜디오를 갖춘 일부 소수 스타작가가 아니고서야, 전시가 아니면 상시로 작품을 팔만한 채널을 찾기 어렵다. 박 관장이 추가 임대료까지 내며 갤러리 내 사진 판매점을 연 까닭이다.

"사진 갤러리를 10년가량 했는데 (상시적인) 시장이 없으니 구매자도 안 생기고, 작가도 작품을 못 파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러던 차에 런던 프린트세일갤러리 개념을 국내에 도입하면 좋겠다 싶어서 이름까지 따와 만든 것이죠."

프린트세일갤러리는 15명 안팎 작가의 빈티지 젤라틴실버프린트에서 디지털프린트까지 다양한 한정판 에디션 사진을 직접 보고 구매한다.

광고사진 개척자이자 거리다큐멘터리 사진으로도 이름을 날린 한영수뿐 아니라 정정호, 김흥구 같은 젊은 작가도 소개한다. '사진계 칸'으로 꼽히는 프랑스 아를 국제사진제에서 올해 포토폴리오리뷰어워드 대상을 받은 임안나, 국제보도사진상을 휩쓴 성남훈 작업도 있다. 작품 가격도 30만∼300만 원으로 다양하다.

"아직 개념 자체가 낯설다 보니 프린트세일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소개하고 싶은 한국 작가들이 너무나 많고, 물어물어 찾아오는 분들도 있는 만큼 열어둘 계획입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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