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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세계 요인들 모이는 일왕 ‘즉위식’, 아베 정부의 외교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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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미국 부통령·중국 부주석과 회담 전망

미-일 동맹 과시, 대중 관계 개선 계기 삼을 듯

카퍼레이드 때 영국제 대신 도요타 차량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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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 찰스 영국 왕세자,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나루히토 일왕 즉위를 대외에 알리는 의식인 ‘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位?正殿の儀)에 참석하는 세계 요인 중 일부의 면면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지난 5월1일 즉위했지만 즉위를 대내외에 알리는 의식은 다음달 22일 성대하게 열린다.

즉위식에는 세계 195개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 요인 600여명이 참석한다. 군주제 국가에서는 왕족을 보내는 경우가 많고, 왕족이 없는 국가의 경우에는 상징적인 국가수반이나 정상 다음급 인사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아프리카 서부에 있는 토고의 포레 냐싱베 대통령처럼 정상이 직접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

아베 신조 정부는 일본 최대 국가 행사인 일왕 즉위식을 중요한 외교 이벤트로 활용할 전망이다. 특히, 아베 총리는 펜스 미국 부통령과 왕 중국 부주석과는 개별 회담을 하리라 예상된다.

우선, 펜스 부통령 방일을 통해서는 미-일 동맹을 다시 한 번 대내외에 과시하는 계기로 삼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루히토 일왕 즉위 뒤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5월 25일~28일 일본을 국빈 방문했다. 5월 27일에는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 뒤 첫 국빈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는데, 이는 일본 정부가 미-일 동맹 과시를 위해 사전에 면밀히 조정한 결과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방일했다. 아베 정부는 미국 대통령의 두 달 연속 일본 방문에 이어 즉위식에는 부통령 참석을 끌어냈다.

중국 쪽 참석자인 왕 부주석은 ‘반부패 드라이브’를 주도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 집중을 이끈 인물이다. 시 주석의 대표적 측근으로 꼽힌다. 아베 정부는 최근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 아베 총리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때 “내년 봄 벚꽃이 필 무렵 시진핑 주석을 국빈으로 일본에서 맞아, 일-중 관계를 다음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당시 시 주석도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화답한 바 있다. 시 주석 방일이 실현되면 2013년 집권 뒤 처음이며, 중국 국가주석 방일로도 2010년 후진타오 이후 9년 만이다. 아베 정부의 대중 관계 개선 노력의 결실을 상징하는 이벤트가 될 전망인데, 시 주석의 ‘오른팔’로 꼽히는 왕 부주석 방일은 시 주석 방일의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고민스러운 처지다. 1990년 아키히토 일왕 즉위식 때는 강영훈 당시 국무총리가 사절로 파견됐다. 전례로 봤을 때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 후보다. 그러나,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이라 이 총리가 방일해도 뚜렷한 외교적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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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내 정치적으로도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나루히토 일왕은 아버지인 아키히토 상왕에게 생전 양위를 받아 즉위했다. 즉위식에 죽음과 관련된 요소가 전혀 없기 때문에 온전히 축하 분위기다. 아베 정부로서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베 총리의 유력한 중의원 해산 시기로 즉위식 이후 축하 분위기가 남아있을 때인 올해 말이라는 관측이 이전부터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아베 정부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를 맞아 여러 측면에서 일본적인 요소를 강화했으며, 이는 보수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 1일 나루히토 일왕 시대 연호를 사상 처음으로 중국 고전이 아니라 일본 고전에서 따온 ‘레이와’(令和)로 정한 것이다. 레이와는 일본 고전 시가집인 <만요슈>의 매화 관련 노래에서 따온 글자다. 다음달 즉위식 때 일왕 거처인 ‘황거’ 주위에서 하는 카퍼레이드 때도 이전과 달리 국산 차인 도요타 ‘센추리’가 사용된다. 1990년 아키히토 당시 일왕 즉위식 때는 영국제 롤스로이스를 사용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전후 세대 첫 일왕인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식 때 말하는 소감인 ‘오코토바’의 내용이다. 현재의 ‘상징 천황제’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아키히토 상왕은 1990년 즉위식 때 “일본 헌법을 준수하고 일본 그리고 일본 국민의 통합 상징으로서 책무를 다할 것을 서약한다”며 현행 평화헌법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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