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7월2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 기념 포럼 '과거, 현재, 그리고 평화의 미래' 행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4일 갈등 국면의 한일 관계에 대해 “일본도 한국도 상대를 공격하면 인기를 얻는 구조로 돼 있다”라며 “상대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면 국내 정치에서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그래서 강경한 자세로 나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이날 자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이 같이 지적하며 최근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평가 받는 한일 관계의 배경에 “(양국) 지도자 간의 불신도 있다”고 했다.
문 특보는 “‘역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과의 협력은 어렵다’는 주장을 반복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피로감을 느끼고 체념하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문 특보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공 배상 판결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 정부 간 이견의 중심 축을 이루고 있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의 ‘개인 배상권 청구 소멸’에 있어 한국 정부가 수용해야 하며 이로 인해 한일 간 신롸관계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일본 정부는 강제 징용 배상 판결 해결을 위해 올해 초부터 65년 한일기본조약에 포함 된 청구권협정에 규정된 분쟁 해결 절차를 내세워 ▲외교협의▲제3국 참여 중재위 설치▲제3국만의 중재위 가동 등 3단계 절차를 차례로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에 불응했다.
문 특보는 이와 관련해 “일본 측은 일방적으로 첫 번째 절차가 안 된다고 보고 다음 절차를 밟았다”라며 “한국은 지난 6월에 대응안(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청구권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첫 절차인 외교적 협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문 특보는 “그러나 일본 측은 그 안과 함께 (외교 협의를) 거부했다”라며 “(아베 정부는) 한국인의 심정을 생각해 형식적으로라도 외교적 협의에 응했어야 했다”고 했다. 또한 문 특보는 “한일 간에 예전에는 상대방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마음이 있었다”라며 “그러나 지금의 일본은 고압적이고 일방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문 특보 인터뷰를 게재한 아사히신문 지면. 도쿄=연합뉴스 |
문 특보는 “박근혜 (前) 정부 시절의 (양승태)대법원장은 (박근혜)정권의 뜻을 받아들여 징용 소송 진행을 지연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라며 “문재인 정부도 사법부와 협의하면 불법이 된다”며 문 정부가 대법원 징용공 판결에 대해서 ‘삼권분립‘을 명분으로 세워 관여하지 않겠단 입장을 보여 온 것에 대해 부연했다.
문 특보는 현 정부의 특이점을 소개하며 “문재인 정부는 박 대통령 탄핵의 민의에서 태어났다”라며 “이러한 법적, 정치적 민감성을 일본이 조금이라도 이해해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해결을 위해 협력한다면 공통의 대체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일제 강점기 당시 식민 지배 등 과거사 문제를 놓고 한일간 여론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것에 대해선 ‘사죄 피로’ 현상이 나타나고, 한국에선 “진심이 담긴 사과가 없었다”라는 인식이 강한 것에 대해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했다.
문 특보는 “세대가 바뀌면 달라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일본에선 수정된 교과서로 역사를 배운 세대도 있고, 한국에선 민족주의가 강해지는 추세”라며 “반일(反日), 반한(反韓)이 젊은 세대 쪽에서 강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문 특보는 복잡하게 악화한 한일 관계를 개선할 방법에 대해서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북한 문제와 경제 분야의 협력 등으로 양국 국민이 서로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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