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머그샷' 도입 논의 등 개선책 마련 착수
공개 실효성·형평성 등 해결해야
경찰의 사진 공개, 없는 사례 아냐
2014년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신상정보 공개 시
경찰에서 박춘풍 사진 언론에 제공
전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2일 오후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는 모습.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려 얼굴 공개를 막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신상공개가 결정된 '제주 전남편 살해사건'의 고유정(36·구속기소)은 일명 '머리카락 커튼'을 치며 철저하게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반면 '한강 몸통시신 사건'의 용의자 장대호(38·구속기소)에게는 고유정과 같은 긴 머리카락이 없었다. 장대호가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이며 얼굴을 내놓고 얘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긴 했으나, 똑같이 신상공개 결정이 난 고유정과 비교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고유정 사건에서 신상정보 공개의 실효성과 형평성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일자 경찰은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흉악범들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는 경찰 단계에서 이뤄진다. 각 지방경찰청별로 운영 중인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죄질, 공개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통상적으로 경찰에서는 이름과 나이를 먼저 공개한다. 이후 유치장에서 경찰서로 조사를 받으러 나올 때,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갈 때 등 외부에 피의자가 노출될 시 별도로 얼굴을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언론에 자연적으로 노출되도록 한다.
지난달 21일 '한강 몸통시신' 피의자 장대호가 추가 조사를 위해 경기 고양경찰서로 들어서는 모습. 머리가 짧은 장대호는 얼굴이 그대로 공개됐다./고양=김현민 기자 kimhyun8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고유정 사례를 통해 신상공개 문제가 불거졌다. 얼굴 공개가 결정됐음에도 머리카락으로 자신을 얼굴을 완전히 가려버리는 고유정 앞에서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 결정은 무용지물이 됐다. 별도로 경찰에서 사진 제공도 이뤄지지 않아 언론조차 예전 폐쇄회로(CC)TV를 확보한 캡처화면으로 고유정 사진을 대체했다. 신상공개 결정 이후 이런 식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피의자는 고유정이 처음이지만, 이를 제재할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신상공개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세세한 법령이 없다는 점이다. 공개 범위인 이름·얼굴·나이 등에 대한 세세한 기준이 아직 법적으로는 없다. 피의자 본인이 얼굴을 가릴 수 있다면 고유정과 같이 별다른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뿐 아니라 현재로선 각 지방경찰청에서 학계·시민단체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신상공개를 결정하고 있지만, 지역별로 인력이나 운영 규정이 다를 수밖에 없어 형평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똑같은 살인 혐의라 하더라도 대다수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의 피의자들만 대상으로 신상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고유정과 장대호를 비롯해 '강서 PC방 살인사건'의 김성수, '어금니 아빠' 이영학 등이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었다. 이 기간 흉악한 살인범이 이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4년 발생한 '수원 팔달산 토막시신' 사건의 피의자 박춘풍. 이 사진은 신상공개 결정 이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언론에 제공한 사진이다. |
경찰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 종합적인 개선방안 검토에 나섬에 따라 앞으로 신상정보 공개가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최근 알려진 미국식 '머그샷' 도입 논의도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만약 머그샷이 도입된다면 언론에 자연스럽게 공개하는 방식이 아닌 경찰에서 사진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변경될 수 있다. 실제 2014년 '수원 팔달산 토막시신 사건' 피의자였던 박춘풍의 경우 경찰에서 박춘풍의 사진을 언론에 제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쟁점이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얼굴 등 신상공개한다면서 다 가린 게 무슨 공개냐, 그 다음은 공개 대상이 들쑥날쑥하다는 공개의 균질성"이라고 언급하며 "이 두 가지 쟁점에 대해 가급적 빨리 문제가 해소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