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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배우 이순재 "독서는 가성비 좋은 연기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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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몰리에르, 안톤 체호프 희곡 추천

단역배우 시절 용기줬던 '삼국지'는 '인생책'

완독, 정독할 필요 없어···시간 날때 마다 읽어도 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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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에 깊고 풍부한 경험을 주는 독서는 가성비 좋은 연기 선생이 아닐까 싶어.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에게 독서를 통한 간섭은 필수라고 생각해.”

올해 85세로 최고령 현역 배우 이순재는 배우가 꿈인 이들에게 하는 조언이다. 그는 아무리 바쁜 일정을 소화해 힘이 들더라도 자기 전에 꼭 책을 읽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인 그에게도 연기는 늘 배우고 익혀야 하는 대상인 것. 1956년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로 데뷔한 이래 안 해본 역할이 없을 것 같은 그이지만 독서를 통해 캐릭터를 연구하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는 60년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힘이자 자산이 됐던 책들을 신간 ‘스타의 서재’를 통해 공개했다. 서울대 철학과 출신인 그는 대학생 때부터 연극을 했다. 당시부터 셰익스피어, 몰리에르, 안톤 체호프 등의 희곡을 섭렵했다. 그는 또 문장의 힘이 살아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인 ‘햄릿’을 선물하고 싶은 책이며, ‘리어왕’ ‘맥베스’ 같은 명작은 꼭 한 권은 읽어 보길 권했다. 그러면서 그는 독서법을 전하기도 했다. “완독할 필요도, 꼼꼼하게 정독할 필요도 없어. 그냥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읽는 것이야. 예전부터 그렇게 읽어온 셰익스피어, 몰리에르, 안톤 체호프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즐겨 읽었던 것이 60년 연기 생활에 큰 힘이 됐어.” 완독과 정독은 책에 대해 부담감을 높이고, 책에서 멀어지게 하는 독서법인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니 얼마나 안심이 되는 조언인가 싶다. 책을 부담스러워 하지도 말고 늘 곁에 두면서 자신에게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받는 존재로 생각하라고 하니 왠지 책이 친근해지는 것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서울경제


이순재는 또 단역 배우로서 힘겨운 시간을 보낼 때 용기를 준 ‘삼국지’를 ‘인생책’으로 꼽기도 했다. 책에서 그가 가장 본받을 점으로 꼽은 것은 유비의 용인술이었다. 덕치가 가장 배워야 할 덕목이었다는 것. 그는 ‘스타의 서재’를 통해 ‘삼국지’를 ‘인생책’으로 꼽은 이유를 비롯해 베스트셀러를 통해 본 우리 시대가 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 우리 시대의 어른으로서 힘겨워 하는 2030세대 하고 싶은 말들은 전했다. 그의 말들은 한 세기를 살아낸 우리 시대의 멘토가 전하는 인생레슨과 같다.

85세에도 연극 ‘장수상회’ 무대에 올라 토씨 하나 까먹지 않고 완벽하게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100세가 돼서도 무대에 오르는 그가 오버랩됐다. 그의 모습을 보면서 한 세기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관객으로서 얼마나 행운인가라는 생각을 해봤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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