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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성큼 물러선 中, 유연해진 美…이번주 실무협상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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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이상배의 뉴욕브리핑] 中 "미국산 콩·돼지고기 추가관세 면제" 양보…트럼프 "中과 잠정 합의도 고려"

머니투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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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간 무역전쟁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 사이에 훈풍이 불고 있다. 중국의 통 큰 양보에 미국은 '잠정 합의'도 가능하다며 한층 유연해진 자세를 보였다. 이번주 실무협상에서 중간 단계 합의를 위한 초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中 "미국산 콩·돼지고기 추가관세 면제" 양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최근 대두(콩), 돼지고기 등 미국산 일부 농축산물을 추가 관세 품목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13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대두와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 면제는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 측의 핵심 요구 사안이었다.

전날 가오펑(高峰) 상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를 구매하기 위한 가격 문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미국의 관세폭탄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했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 국영상사 등은 100만톤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키로 했으며 앞으로 여러 차례로 나눠 총 500만톤에 달하는 구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중국은 2009년 이후 미국의 최대 농산물 수출국 가운데 하나였지만 무역전쟁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크게 줄면서 미국 농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중 대두 수출액은 전년 대비 74% 줄었다.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한 것도 이번 조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으로 8월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7% 올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의 잠정적 무역합의도 우리가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잠정 합의는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며 "합의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완전한 무역협정에 서명하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초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무역협정에 대한 잠정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중 양국은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다음주 차관급 실무협의를 벌일 계획이다.

미중 무역 협상의 중국 측 대표인 류허 부총리는 전날 "양국 실무팀이 다음주 만나 무역균형, 시장진입, 투자자 보호를 비롯해 공동의 관심사들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제안한 '스몰딜' 사실상 실현

최근 양국은 무역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이행강제 장치 문제를 놓고도 일부 의견 접근을 이뤘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의 미국측 대표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9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지적재산권 절도 방지를 위한 이행강제 장치에 대해 중국과 최소한 개념적 합의는 이뤄졌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기술 도용을 중국 정부가 막지 못할 경우 추가관세 부활 등 징벌적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의 이행강제 장치에 대해 미중 양국이 원칙적 차원에서 공감대를 이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서로 관세를 연기하며 화해의 손짓을 주고 받았다.

중국 재무부는 지난 11일 유청과 어분, 일부 윤활유 등 16개 품목을 대미 추가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16가지 품목에 대한 추가관세는 오는 17일부터 2020년 9월16일까지 1년간 면제된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일부터 2500억달러(약 300조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30%로 높이려던 것을 다음달 15일로 2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대중국 추가관세 연기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재개로 중국이 미국에 제안한 '스몰딜'(중간 합의) 방안은 거의 실현됐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미국이 대중국 관세 인상을 미루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을 완화할 경우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늘리겠다고 제의한 바 있다.

미중 양국의 유화적 제스처로 무역전쟁 격화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지난주 뉴욕증시는 랠리를 펼쳤다.

지난 9∼13일 5거래일 동안 우량주(블루칩)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6%나 뛰었다. 13일까지 8거래일 연속 오르며 1년여만에 최장 랠리 기록을 세웠다. 같은 기간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약 1%, 0.9%씩 올랐다.

JP모건의 아담 크리사풀리 이사는 "미중간 잠정 합의가 빠르게 시장의 기본적인 가정으로 자리 잡았다"면서도 "이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만으로 주식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번주엔 글로벌 증시의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기준금리가 결정된다. 오는 18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틀간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마치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발표한다.

시장은 0.25%포인트 금리인하에 베팅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3일 현재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79.6%, 동결할 가능성을 20.4% 반영하고 있다.

뉴욕=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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