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유료방송 1위 KT ‘좌불안석’...경쟁사 M&A로 덩치 키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전경. /LG유플러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신업계에 인수합병(M&A)을 통한 유료방송 시장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1위 업체 KT는 규제에 걸려 M&A가 불투명한 반면 경쟁사인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유료방송 업체 인수는 당국의 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 완료를 목전에 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건에 대한 승인 절차가 끝나는 데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큰 반전이 없다면 두 건 모두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바라보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 1위 ##KT##는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0일 공정위로부터 CJ헬로 인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LG유플러스는 심사보고서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공정위가 업계에서 논란이 됐던 CJ헬로의 알뜰폰 사업 매각 조건을 내걸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인수 후 몇 년 간 △요금인상 △가입자 전환 △채널 축소 금지 △두 회사간 결합상품 금지 등의 조건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가입자 수 기준으로 유료방송업계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IPTV(인터넷TV)·종합유선방송(SO, 케이블TV)·위성방송
등 2018년 하반기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KT 686만1288명(점유율 21.12%), SK브로드밴드 465만2797명(14.32%), CJ헬로 409만7730명(12.61%), LG유플러스 387만7365명(11.93%), KT스카이라이프 323만4312명(9.95%) 순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의 가입자를 흡수하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24.54%로 KT(KT+KT스카이라이프, 31.07%)에 이어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번 인수는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려는 CJ헬로의 모회사 ##CJ ENM##과 유료방송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던 LG유플러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7월 열린 2분기 사내 성과 공유회에서 "CJ헬로 인수 결정을 통해 IPTV와 케이블TV, 양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미디어 시장 판도를 바꾸기 위한 또 다른 전략과 실행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 2위 업체인 티브로드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자사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옥수수’와 지상파 3사 통합 OTT ‘푹’의 합병법인을 공정위로부터 승인받았다. ‘웨이브’란 이름으로 출범하는 이 서비스는 오는 16일 본격 출범을 알릴 예정이다.

OTT에 이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이 성사될 경우 SK브로드밴드는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17.9%에서 23.9%로 올라가 CJ헬로를 합친 LG유플러스와 다시 비등해진다. SK텔레콤은 지난 2016년 CJ헬로 인수를 시도했지만, CJ헬로가 ‘독행기업(시장 독과점을 견제하는 기업)’이란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인수 불허 결정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공정위는 3년전과 달리 통신사들의 유료방송 사업자들 합병에 우호적인 입장이다. 방송 생태계가 OTT 등으로 경쟁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서비스들의 국내 시장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료방송과 유선 인터넷망만 판매하며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내 통신·방송 산업을 재편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조선일보

공정거래위원회 입구. /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KT는 ‘합산규제’란 덫에 걸려있는 상황이다. 국회가 올 상반기부터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놓고 결론을 내지 못하며, KT는 케이블TV 3위 업체인 딜라이브 인수 추진에 진도를 못내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란 1개 사업자가 위성방송, 케이블TV, IPTV를 합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확보하지 못하게 한 제도다. 사실상 KT의 시장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방송은 공공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명분 하에 지난 2015년 6월 ‘3년 일몰’을 조건으로 법이 통과됐다.

KT의 경우 딜라이브 등 다른 유료방송 기업을 인수하면 점유율 33%를 넘게 돼 합산규제 영향을 받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인수합병을 완료하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에서 격차가 매우 좁혀지는 만큼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KT와 협상하던 딜라이브 채권단이 지난 7월 딜라이브 채무 만기를 3년 연장하며 시간을 벌었지만, 황창규 KT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만큼 시간은 여전히 촉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회는 올 하반기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등을 놓고 내년 총선까지 파행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KT의 행보를 둘러싼 환경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KT의 한 관계자는 "딜라이브 채권단과의 협상이 중단되고 내부에서도 인수 회의론이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딜라이브 인수를 포기한 것은 아닌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경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