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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보험생태계 패권 쥔 GA…설계사 수수료 개편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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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불매운동 선언으로 전속설계사 지원책 무력화

정치권 통해 보험설계사 수수료 개편안 발표 일주일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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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보험대리점(GA)이 '삼성'에 이어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도 바꿀 수 있을까. GA는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이달부터 도입하려던 전속설계사 모집 정책을 무산시켰다. GA 소속 설계사의 이탈을 막아 보험영업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GA의 다음 목표는 금융당국의 보험설계사 수수료 개편안 수정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등에 업은 GA를 금융당국이 견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GA 14개사 대표들은 긴급 조찬모임을 갖고 9월부터 삼성화재, 10월부터 메리츠화재 상품을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화재가 9월부터 신규 전속설계사에게 수수료를 월납보험료의 최대 1200%까지 지급하는 정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또 금융당국의 개편안이 원안대로 진행되면 GA는 2021년부터 1차년도 총수수료가 1200%로 묶인다. 수수료에 포함돼 있는 사무실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보험사 전속설계사보다 손에 들어오는 돈이 적다. GA는 소속 설계사 대거 이탈을 예상하고 '방어막'을 친 것이다.

삼성화재의 전속설계사 모집 정책 개편은 메리츠화재를 의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메리츠화재는 전속설계사에게 월납보험료 1100%를 제시하며 몇 년 전부터 손보사 중 유일하게 조직을 키우고 있다. 2018년말 원수보험료 7조786억원 중 GA 의존도가 47.7%(3조3786억원)에 달하는 메리츠화재로서는 전속설계사 조직을 성장시켜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메리츠화재도 GA 불매 대상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리츠화재의 전속설계사 규모가 업계 1위인 삼성화재와 비등해지자 삼성화재 역시 설계사 확대 등 내부 영업망을 다질 필요가 있었다.

삼성화재는 결국 전속설계사 모집 정책을 철회하며 GA에 백기를 들었다. GA 의존도는 전체 원수보험료 18조1486억원 중 14.6%로 메리츠화재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GA를 통해 얻는 원수보험료가 2조8168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GA채널을 버릴 수는 없다. 특히 장기인보험 시장 절대 강자라는 삼성화재의 아성이 GA를 등에 업은 메리츠화재의 공세로 훼손된 상태다.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나 생명 관련 위험을 보장하는 장기인보험은 그 필요성을 환기시켜야 하고 상품 구성도 복잡해 설계사를 통한 가입이 대다수다.

보험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인받은 GA의 다음 목표는 금융위원회의 보험설계사 수수료 개편안 수정이다. 금융위는 지난 8월26일 관련 감독규정을 입법예고한 후 다음달 4일까지 의견을 듣는다. 이 개편안은 2021년부터 설계사가 보장성보험 계약 체결 1차년도에 받을 수 있는 수수료를 해약환급금까지 포함해 연 납입보험료 이내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지금은 월보험료의 최대 1700%까지 지급할 수 있다.

특히 GA의 성장 동력이었던 '시책 남발'을 없애기 위해 보험상품을 설계할 때 모집수수료 지급 기준을 설정하고 엄격하게 관리되는 기초서류에 포함토록 했다. 금융당국이 사상 처음으로 모집수수료에 칼을 대면서 재원과 지급 방법에 제한이 생긴 것이다.

GA는 수수료에서 대리점 운영에 필요한 운영비, 인쇄비, 전산구축비, 인건비 등 간접비용을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GA는 운영비 포함 초회년도 수수료를 1500% 정도 받는데, 1200%로 낮아지면 실제 설계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900% 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금융위는 TM(텔레마케팅)채널과 홈쇼핑채널은 1200%보다 더 지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채널 특성을 고려해 방송 송출 비용이나 음성 녹음 보관 비용 등은 수수료에서 제외해 주기로 한 것이다.

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GA 모집수수료에는 간접비용이 포함돼 있는데 전속설계사와 같이 1200%로 묶는 건 역차별”이라며 "TM이나 홈쇼핑과 같이 GA의 특수성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GA는 전속설계사와 수수료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로 서명운동을 벌였고 8만명이 참여했다. GA 설계사 수는 22만5000명이지만 GA협회 회원이 13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GA는 추석 연휴 이후 서명운동 결과를 금융위, 국회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GA는 금융당국이 기대한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 집단행동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GA가 여야 정치권을 통해 개편안을 철회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GA는 전국적 조직망이 있고 직업 특성상 여론을 이끄는 '빅마우스'여서 정치권 역시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 실제 개편안 발표가 당초 계획보다 일주일 연기된 것은 GA가 여당에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개편안 내용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정치권에 대한 GA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나 내년에는 총선이 예정돼 있어 정치권에 대한 GA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m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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