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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추석 연휴 이후 경제 어디로…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신3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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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추석 연휴 이후 우리경제는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저물가와 저금리가 심화하는 신3저 기조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경제활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상태에서 대내외 악재와 리스크가 증대되면서 복합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 재정확대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반전의 계기를 만들 만한 호재 요인을 찾기 어려워 불안심리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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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이후에도 우리경제는 저성장·저물가·저금리가 지속되는 신3저 기조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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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1~2%의 저성장은 이제 우리경제의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잡고 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0.4%)에 이어 2분기 1.0%의 낮은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후반기에도 2% 전후의 낮은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경제의 핵심 동력이었던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8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단가가 큰폭 하락한 가운데 조선·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9월 초반에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연말까지 수출 둔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며 세계경제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는 지난 2017년 후반부터 1년 이상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7년 전반기에 투자가 증가했던 것도 반도체 설비 증설 때문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2010년대 후반부터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산업의 투자가 부진했던 셈으로, 그만큼 기업활동이 위축됐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물가는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지며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처음으로 0%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숫점 아래까지 계산하면 -0.038%로, 사실상 물가가 하락했다.

경제위기와 같은 대외 충격이나 환율 또는 유가의 급격한 변동이 없었는데도, 물가가 하락한 것은 그만큼 우리경제의 총수요가 위축돼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과거 1990년대말 외환위기로 급등했던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급등)했던 시기나 유가가 급락했던 시기에도 물가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하면서 물가가 안정되면 바람직한 일이지만, 지금은 경제에 치명적인 디플레이션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많다. 생산연령인구의 감소 등 수요를 위축시킬 구조적 요인들의 영향이 증대될 수 있고,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는 점도 디플레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플라자합의로 엔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출이 타격을 입어 성장세가 급격히 꺾인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꺼지면서 마이너스 물가 속에 경제가 후퇴하는 디플레 함정에 빠져 지금까지 '잃어버린 30년'을 겪고 있다. 한국도 이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저금리 기조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저성장과 저물가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연 1.5%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엔 금리를 동결했으나 다음달 16일 열리는 금통위에선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출과 투자 부진에 소비자물가까지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재정과 함께 통화확대 필요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물가는 지난해 폭염과 가뭄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의 기저효과가 반영되며 앞으로 2~3개월 연속 마이너스 권역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소비자들의 디플레 심리를 부추겨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의 신3저 현상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나마 다행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운용과 중국인 관광객 증가 및 서비스 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고용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취업자수는 지난 6, 7월 연속 20만명대 후반의 증가세를 보인 데 이어 지난달에는 45만명 증가했다. 이런 증가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불투명하지만, 자영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최근 2년간 급속한 속도로 오른 최저임금에 적응하면서 고용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뉴 노멀’로 자리 잡고 있는 신3저 현상 속에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우리경제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고 이에 적응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태에서 실질 성장률과 물가, 금리가 모두 ‘0’ 수준으로 수렴하는 ‘제로(0) 경제’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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