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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학교 필요한데, 폐교 안 하면 600억 반납…울산교육청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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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북구 4개교 폐교 조건, 3개교 신설 승인…대단위 아파트 조성돼 폐교 어려워

시교육청 "박근혜 정책 탈피, 교육 가치 따져야"…4월 조건변경 불허, 이달 재신청

연합뉴스

울산광역시 교육청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 북구지역에 3개 중·고등학교를 신설하는 울산시교육청이 자칫 국비 600억원을 반납할 상황에 몰려 발을 구르고 있다.

교육부는 기존 학교를 폐교하는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교부금을 반납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고, 시교육청은 해당 지역 학생 수 증가와 주민 반대를 고려할 때 폐교 조건 이행이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15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2016∼2017년 교육부에서 강동고, 송정중, 제2호계중(이상 2021년 개교 예정) 등 3개 학교 신설 승인을 받았다.

다만 이른바 학교총량제로 불리는 '학교 신설과 통폐합 연계 정책'에 따라 강동고 대신 효정고를, 제2호계중 대신 호계중·농소중을, 송정중 대신 화봉중과 연암중 중 1개 학교를 폐교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3개 학교 신설에 따라 기존 4개 학교가 없어져야 하는 셈이다.

교육부는 농어촌이나 구도심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야 신도심 학교 신설을 허가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총량제라는 제도를 시행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일선 교육계에서는 학교 전체 개수의 상한을 정하고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학교총량제라는 개념으로 통용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당시 조건부 승인에 따라 3개 학교 설립 교부금 626억원도 확보했다.

시교육청은 그러나 북구지역에 송정택지개발지구 등 대단위 거주지가 조성됨에 따라 인구와 학생 수가 증가하는 등 지역 여건이 변했다고 판단, 3개 학교를 신설하더라도 기존 학교들을 폐교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2016년 19만7천800여명이었던 북구 인구가 올해 21만2천400여명으로 증가하는 등 학교를 추가로 신설할 요인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폐교 대상으로 지목된 학교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의 강력한 반대도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 교육부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학교총량제를 수정 없이 밀어붙이는 것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시교육청은 판단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과거 정부가 강력히 추진한 학교총량제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폐교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해당 제도는 교육적 가치보다 경제적 효율성만 따지는 정책임이 명백한 데도 교육부는 약속 이행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5월 21일 울산시교육청에서 노옥희 울산교육감(오른쪽 첫 번째)이 정의당 여영국 의원(왼쪽 첫 번째)을 만나 지역 교육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날 노 교육감은 여 의원에게 교육부의 학교 신설·통폐합 연계 정책에 따라 조건부 승인을 받았던 북구 3개 중·고등학교의 허가조건 변경에 대한 국회 차원의 협조를 구했다. [울산시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교육청은 올해 4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이하 중투위)에 '학교 신설허가 조건을 변경해 달라'는 내용의 안건을 제출했다. 기존 학교 폐고 없이 3개 학교 신설을 허락해 달라는 것이다.

중투위는 그러나 '조건부 허가를 내준 사항을 조건변경(해지)으로 이행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시교육청이 폐교 없는 학교 신설을 계속 추진한다면, 이미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교부금 626억도 반납해야 하는 처지다. 가용재원이 넉넉하지 않은 시교육청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규모의 교부금이다.

이에 시교육청은 학교 신설허가 조건 변경을 이달 11일 재차 신청했다. 이달 25∼27일 예정된 교육부 중투위에서 다시 한번 같은 안건을 검토해 달라는 것이다.

다만 폐교 대상을 다른 지역 학교로 변경하거나, 폐교 이행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등 요구 수준이 다소 완화한 대안을 제시했다.

시교육청은 실제로 강원도와 충북에서 기존 학교 통폐합을 조건으로 학교 신설 승인을 받은 뒤, 이후 통폐합 기간을 3년 연장하는 내용으로 조건이 변경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활발한 택지 개발과 젊은 층 이주 등으로 학생 증가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기존 학교를 폐교하기는 곤란하다"면서 "어린 학생들이 과밀학급 편성, 통학 불편 등 교육여건 악화의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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