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북 영덕군 축산면 오징어 가공업체
지하탱크서 외국인 근로자 4명 쓰러진 채 발견
주변에는 심한 악취…"유해가스 마신 것 추정"
경찰 "수사 마무리되는 대로 영장 신청 예정"
지난 10일 오후 2시30분쯤 경북 영덕군 축산면 오징어 가공업체 지하탱크에 청소 작업을 위해 내려갔던 작업자 4명이 질식해 119 구급대원들이 구조를 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소방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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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경북 영덕군의 오징어 가공업체 대표에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영덕경찰서는 15일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업체 대표 A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씨는 숨진 근로자 4명에게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청소 작업을 지시해 질식해 숨지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10일 오후 2시 30분쯤 영덕군 축산면의 한 오징어 가공업체에서 지하 탱크 청소를 위해 들어간 외국인 근로자 4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경북경찰청·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당시 작업 현장에는 근로자 4명과 대표 등 5명이 있었다.
업체 대표는 “근로자 1명이 먼저 사다리를 타고 지하에 내려갔다가 몇 초도 안 돼 쓰러졌다”며 “이후 그를 구조하러 간 3명이 연달아 쓰려져 소방서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출동 당시 현장에는 부패한 수산물 냄새 등 악취가 심하게 나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부패하는 물질에서 발생한 유해가스를 마시고 순간적으로 질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이들을 지하에서 구조했지만, 4명 중 태국인 B씨(42), C씨(28)와 베트남인 D씨(53)는 바로 숨졌다. 나머지 태국인 F씨(34)는 중상으로 닥터헬기를 통해 안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지만 11일 오전 1시쯤 끝내 사망했다.
경북 영덕군에서 지난 10일 오후 2시30분쯤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4명이 지하 탱크에서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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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사고 당시 마스크 등 안전 장비는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가로 4m·세로 5m·깊이 3m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지하 탱크에 들어갔다. 이곳은 오징어를 가공하는 업체에서 큰 찌꺼기를 거르고 남은 오·폐수를 보관하는 장소다. 당시 이들은 8년 만에 지하 탱크의 모터를 청소하는 작업을 하려 했다. 다만 지하 탱크 안에 들어가기 전에 산소 농도를 측정하는 작업 등은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청 포항지부에서는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업체 관계자를 불러 조사 중이다.
이날 사고를 당한 4명의 근로자는 사고가 난 지난해 연말부터 이 가공업체에서 일해 왔다. 베트남인 1명은 지난 11월부터, 태국인 3명은 지난 12월부터 일했다. 고용노동청 포항지청 관계자는 “3명은 여행 명목으로 입국해 이곳에 취직했고, 나머지 1명은 자식이 한국 사람과 결혼을 해 이민을 왔다”며 “4명 다 한국에서 일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인 미등록 이주민(불법체류자)”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다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F씨를 부검할 예정이다. 나머지 근로자에 대해서는 장례 절차를 논의 중이다. 사고로 숨진 외국인 근로자들의 유족은 법무부의 도움을 받아 지난 13일 모두 입국했다.
법무부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고 “사고 직후 유가족 비자 즉시 발급 지시 등 입국 편의를 제공하고 사고 현장 관할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장례절차 등 사후 수습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조치할 예정”이라며 “이번 사고와 관련해 외국인 체류 환경과 관리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영덕=백경서 기자 baek.kyungs대@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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