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과수에 부검 의뢰… 극단적 선택에 무게
숨진 모자 시신 냉동실·냉장실에 웅크린 채 발견
유족 “오랫동안 왕래없어 모르겠다” 경찰에 진술
지난 11일 화재가 발생한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안 냉장고 안에서 시신 2구가 발견됐다. 현장 조사를 위해 경찰 과학수사대를 비롯한 감식팀이 화재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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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천안서북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5시 22분쯤 충남 천안시 쌍용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난 가운데 숨진 채 발견된 A씨(62·여)와 B씨(34)에 대한 부검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확한 부검 결과는 한 달쯤 뒤에 나올 예정이다. 두 사람은 모자 사이로 B씨는 둘째 아들이다.
사건 직후 이뤄진 조사에서 유족들은 “오래 연락을 하지 않았고 왕래도 없어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에서는 A씨 모자 두 사람만 거주하던 상태였다.
유족으로 A씨 남편과 큰아들이 있지만, 오래전부터 따로 살았다고 한다. A씨와 남편이 떨어져 산 지는 17년, 결혼한 큰아들은 12년 전부터 서로 연락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모자는 모두 특별한 직업이 없고 A씨가 남편으로부터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받아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 조사에서 현관문이 안에서 잠겨 있고 인화성 물질을 담은 용기가 발견된 점, 발화 장소가 여러 곳인 점, 두 사람이 숨져 있던 냉장고 안에 다른 물질이 없었던 점 등을 확인했다. 현장 감식 결과 주방의 가스 밸브가 잘려져 있는 것도 발견했다. 119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도 가스가 조금씩 새어 나왔다고 한다.
지난 11일 충남 천안시 쌍용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이 현장 수습을 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냉장고 안에서는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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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냉장고는 코드가 뽑힌 채로 거실 바닥에 놓여 있었다. 양문형 냉장고로 문이 천장 쪽으로 개방된 상태로 선반이 모두 제거된 채 A씨 모자 외에는 다른 물건은 없던 상태였다. 모자의 시신은 각각 냉동실과 냉장실에서 웅크린 형태로 발견됐다. 시신은 바깥쪽이 그을렸지만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현장에는 사건을 추정할만한 유서가 남아 있지 않았다.
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 역시 출입문이 잠겨 있어 강제로 열었다고 한다. 아파트 폐쇄회로TV(CCTV) 영상에도 숨진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이 오가는 모습은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외부 침입에 따른 범행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이 아파트 CCTV를 확인한 결과 아들 B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16분쯤 귀가하면서 플라스틱 통을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A씨가 집에 들어간 시간은 정확한 시간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아들 B씨가 귀가한 뒤 다른 사람이 오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아들이 들고 들어간 플라스틱 통의 경로도 확인하고 있다.
사고 당시 폭발음과 함께 불길과 연기가 번지면서 아파트 주민 수십 명이 옥상 등으로 대피했다. 숨진 모자를 제외하고 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은 현관문에 테이프가 붙여져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으면서 불길이 크게 번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1일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아파트 안 냉장고에서 불에 탄 시신 2구가 발견됐다. 경찰과학수사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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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모자가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는 이웃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가정불화로 인한 방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천안서북경찰서 관계자는 “누가 냉장고를 눕혔는지 방화를 했는지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 조사와 부검결과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정확한 사건 경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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