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deflation)이란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 1930년대의 대공황이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시작됐다.
우리는 주변국 일본의 상황을 1990년대 초부터 지켜봤기 때문에 그 공포가 더욱 크다.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일본 최악의 디플레이션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내수가 부진해지며 1999년부터 소비자물가가 하락했다. 소비자는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소비를 미뤘고, 기업은 매출이 줄며 시설과 인력에 투자를 못 했다. 소비와 투자의 감소는 전반적인 가격 하락을 초래한다.
우리나라의 현재는 어떤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저물가 흐름이 지속되며 연간 물가 상승률은 0.7% 내외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1999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1%를 밑돌게 된다.
경제 성장세는 더욱 둔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2%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9%로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춰 전망치를 1%대로 내려 잡았다. 노무라증권(1.8%), 모건스탠리(1.8%) 등 외국계 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진작부터 1%대였다.
이론상으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저물가가 계속되면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부는 저물가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의 저물가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 요인의 기저효과 때문이며 하반기에는 이런 효과가 사라지면서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도 근래의 저물가가 총체적인 수요 부족에 의한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고, 일시적·정책적 요인에 따른 0%대 물가는 디플레이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저물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진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 저출산·고령화, 가계부채 증가 등 우리나라의 구조상 소비가 줄면서 투자가 감소하고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정부와 한은이 저물가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저성장, 저물가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김희주 기자 hj89@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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