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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한국판 `본 시리즈` 만든다고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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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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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SBS 드라마 '배가본드'가 베일을 벗었다. 엔터 사업에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가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흥행 참패에 이어 250억원을 들여 제작하면서 일찍이 주목을 끌어온 작품이다. 게다가 이승기, 배수지가 출연을 확정 지으며 스타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다.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등에서 합을 자랑해온 유인식 감독과 장영철·정경순 작가가 뭉쳤다는 사실도 한몫했다. '아스달 연대기' '이몽' 등 상반기 대규모 드라마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올해, 블록버스터급 대작 '배가본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10일 드라마 시사회에서 선공개된 내용으로 미뤄 봤을 때, 이번 '소문난 잔치'에는 아무래도 먹을 게 별로 없을 듯하다.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가족을 잃고 남겨진 한 남자가 거대한 음모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배우 이승기는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스턴트맨 출신 민간인 '차달건' 역을 맡았다. 하나뿐인 가족이었던 조카를 잃은 그는 비행기 사고가 의도된 테러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국가정보원 블랙요원 역의 배수지와 국가 비리를 파헤친다.

거금을 들인 작품답게 화려한 액션과 즐길 거리는 많다. 제작진은 '본 얼티메이텀' '인셉션' 촬영이 진행됐던 모로코 탕헤르를 비롯해 포르투갈 등지를 오가며 액션 장면을 담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인식 감독은 "배우들이 너무 많이 고생했다"며 "최대한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애썼다.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차에 매달리는 장면은 이승기 본인이 직접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진부하고 어설픈 스토리 전개가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이다. 비행기 추락 사고 전후로 보이는 설정에는 우연이 넘쳐난다. 비행기 테러범은 하필 얼굴에 흉터가 있고, '달건'은 그 흉터로 범인을 알아보고(모로코 공항 화장실에서 만난다) 뒤를 쫓는다. "한 점만 보고 쫓아가는 야차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한 제작진 고백처럼 주인공은 벽돌로 머리를 맞아도 벌떡 일어나고, 차로 밀어 바다에 빠뜨려도 좀비처럼 끈질기게 되살아난다. 아이들이 탄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한 사고, 뉴스를 듣고도 화장하는 대통령의 모습, 관련 간담회에서 울며 항의하는 유가족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해 논란이 우려된다.

유 감독은 "안 해본 시도를 하다 보면 기존 시스템과 유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안 가본 영역과 시장을 개척하는 건 해야 할 일"이라면서 "시청자가 대작다운 대작으로 포만감을 느껴 주셨으면 좋겠다. 다만 우리끼리는 '스펙터클을 위한 스펙터클은 하지 말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사전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배가본드'는 모든 촬영이 마무리된 상태다. 추후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된다. 20일 첫 방송.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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