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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아람코 심장부 마비···복구 장기화땐 배럴당 100弗"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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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에 피폭···사우디 석유시설 가동중단]

■국제 상품시장 영향

아람코, 일부 수출계약에 '불가항력 불이행' 선언 가능성도

석유화학 원료 에탄·천연가스 생산량도 절반으로 줄어

정상 가동돼도 주요시설 취약 노출···유가상승 부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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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지정학이 복수심을 안고 돌아와 원유시장을 강타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산유국이자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 두 곳이 예멘 반군의 공격으로 가동을 잠정 중단하면서 국제유가는 물론 석유화학제품 등 다른 상품 가격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모두가 두려워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유가가 반응하고 원유수입국이 비축유에 손을 대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장 해당 시설의 가동이 정상화할 때까지 수급 불안감이 커져 단기적으로 유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드론 공격을 받은 아브카이크 단지와 쿠라이스 유전의 가동 중단으로 사우디에서는 원유 생산이 하루 570만배럴 줄어들게 됐다.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 수준으로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석유를 탈황·정제하는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단지는 단일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70%에 해당하는 하루 700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며 이곳에서 처리된 원유는 대부분 수출항으로 수송된다. 컨설팅 회사 IHS마킷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전문가 로저 디완은 “아브카이크는 아람코 석유 시설의 심장부이기 때문에 심장마비가 온 셈”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공격을 당한 생산시설이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수 주가 소요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아람코가 일부 수출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에 의한 불이행(force majeure)을 선언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며칠 내에 상당한 규모의 석유 생산량을 회복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휴스턴 소재 컨설팅 회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 사장은 “(사우디의) 피해가 광범위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5~10달러가 뛸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포 사장은 특히 “사우디로부터 하루 40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지역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해당 시설 복구가 지연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세자릿수(100달러)까지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국제유가는 경기둔화 우려로 배럴당 50~60달러 선에서 움직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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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정부는 곧바로 복구작업에 착수해 48시간 내 해당 시설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가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 기간시설의 취약성이 노출되면서 지정학적 위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국제 석유시장은 잠재적인 상승부담을 계속 떠안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에너지시장 컨설팅 회사 라피단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아브카이크 시설은 지난 2006년에도 알카에다가 차량폭탄으로 공격한 곳”이라면서 “이곳은 사우디를 적대하는 세력의 최우선 표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서방은 군사적 수단으로 호르무즈해협은 (이란이 봉쇄해도) 빠르게 재개할 수 있지만 구조적 취약점을 지닌 아브카이크 시설은 신속히 대체하거나 수리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으로 중동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석유화학 원료인 에탄과 천연가스와 알루미늄 등 소재 분야로 수급불안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이날 드론 공격으로 70만배럴의 천연가스(NGL)를 생산하는 시설도 타격을 받았다며 에탄과 천연가스 공급이 약 5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중동 지역 국가들이 석유 의존도를 낮추면서 비(非)에너지 수출을 늘리는 가운데 중동산 산업 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지역과 미주 지역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 인근 중동 7개국의 석유화학 부문 전 세계 수출 점유율은 30%를 차지하며 지난 10년 새 크게 늘어났다. 중국의 경우 중동 7개국에서 생산하는 에틸렌 수입 비중이 2008년 18.4%에서 2018년 45.7%로 크게 늘었고 싱가포르는 지난해 사우디가 생산하는 에틸렌의 75%를 수입하고 있다. 한국 역시 암모니아 등의 상당 부분을 이 지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희영·노현섭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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