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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허울뿐 노인일자리…장관상 받은 사업장도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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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울뿐인 노인 일자리 ◆

서울 서대문구 이대역 인근에 위치한 '우리왕만두' 2호점. 이곳은 정부가 인건비를 전액 보조해주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한 유형인 '시장형 사업단' 사업장이다. 이곳을 포함한 마포구 내 시장형 사업단은 지난해 열린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 평가' 시상식에서 대상 격인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매일경제가 현장을 찾아가 보니 '대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었다. 가게 현관엔 철제 셔터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임시휴업'을 알리는 조그마한 안내문만이 셔터 외벽에 붙어 있었다. 2호점과 지근거리에 있는 1호점을 홀로 지키고 있던 문 모씨(77)는 "장사가 안 돼 6월부터 2호점은 문을 닫았다"며 "일하던 사람들이 모두 1호점에 함께 배정되다 보니 한 달에 20만원 벌기도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우리왕만두와 같은 시장형 사업단은 사회복지기관이나 시니어클럽 등 수행 기관이 수익이 나는 매장을 구성해 노인을 채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인건비는 정부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노인 일자리 한 개당 연 230만원을 지원해주고, 사업단의 수익도 인건비로 일부 지급된다. '길거리 청소 등 허드렛일에 혈세를 낭비한다'는 오명을 받고 있는 공익활동형(월 약 30시간 근무·27만원 지급)과 같은 직접 일자리에 비해 정부 예산이 덜 들어가는 데다 노인들 입장에선 매출이 일정 수준 되면 훨씬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부 매장은 정부 기대와는 달리 수익성 악화로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줄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시장형 사업단 참여 노인 수는 2016년 7만7734명에서 지난해 5만4585명으로 오히려 감소 추세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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