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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실검 띄우기, 민주주의 위협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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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여론 왜곡’ 지적 / 조국 지지자들, 검색 방법까지 공유 / 포털 통해 언론·검찰 수사 등에 압박 / “실제 여론과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

세계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 수사팀을 겨냥한 ‘실검(실시간 검색어)’이 연일 상위권에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열혈 지지자들의 ‘실검 작업’은 수사팀을 압박하는 행위이자 여론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11일 조 장관 관련 의혹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검찰 간부 이름이 거의 종일 포털사이트 다음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 팬클럽 ‘젠틀재인’과 ‘문팬’ 등의 여권 성향 커뮤니티에는 “OOO (특정 간부 이름) 검색어 갑시다” “이렇게 이름이 나와야 압박을 받습니다” “네이버 다음 검색 부탁드립니다” “명절 내내 띄웁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새로고침만 여러 번 하면 걸릴 수 있다” “중간중간 기사 클릭하고 다시 돌아오라”는 구체적인 방법이 소개되기도 했다.

실검을 통한 지지자들의 검찰 수사팀 압박은 관련 수사 속보가 쏟아진 추석 연휴 기간 내내 계속됐다.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조 장관이 투자한 사모펀드 관계자들과 통화한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에는 ‘정치검찰언론플레이’가 실검 1위에 올랐다. 조씨가 “(조 장관이) 낙마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자금 흐름을 다르게 말해달라고 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벌어진 일이었다. 조 장관을 지지하는 그룹에서는 이러한 보도 내용이 검찰의 피의사실공표에 따른 것이라며 검찰을 성토하는 글이 온라인상에 다수 게재됐으나 검찰 쪽에서 나간 정보가 아니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언론사가 자체 취재한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세계일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검찰 깃발이 흔들리고 있다. 뉴시스


조 장관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검찰단체사표환영’ ‘검찰사모펀드쇼’와 같은 검색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 여권 지지 커뮤니티에는 “실검 한번 띄워야 할 시점 아닌가요. 추석 연휴 끝나면 검찰의 파상 공세가 예상되는데 연휴 기간 내내 실검에 띄워보는 것도 괜찮은 전략 아닐까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러한 포털 실검 만들기는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부터 시작됐다. 지명 초반 ‘조국 힘내세요’처럼 격려성 검색어로 시작된 실검 만들기는 조 장관 관련 의혹을 제기한 언론이나 수사에 착수한 검찰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지지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색어와 검색 시간을 결정하고 실검 올리기에 나섰다. ‘보고있다정치검찰’ ‘법대로조국임명’ ‘가짜뉴스아웃’ ‘한국언론사망’ 등이 실검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실검 만들기가 여론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특정한 네티즌들이 의식적으로 실검을 이용하는 것은 여론을 실제 여론과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원리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실검 자체에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실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오히려 실검에 특정 단어가 오르도록 만든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실검에 큰 의미 부여를 하지 말아야 실검 1위로 만드는 특정세력도 열기를 잃을 것”이라고 했다.

유지혜·남혜정·김청윤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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