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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단독] 전북대 교수 공채 ‘짬짜미 심사’ 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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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분야 충원 놓고 ‘시끌’ / “교수회의, 후보자 2명 심사때 / 전공 적합성보다 나이 기준 선정” / ‘이의 제기 후보 배제’ 주장 제기 / 대학 “절차대로 진행… 문제없어”

세계일보

전북대 전경.


전북대가 최근 교수를 공개 채용하면서 공정성 논란을 낳고 있다. 전공과목 적합성보다 나이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아 일명 ‘짬짜미 심사’를 하고, 이의를 제기한 교수를 ‘왕따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교 측은 “교수 채용 절차대로 진행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5일 전북대에 따르면 공과대는 올해 상반기 항공우주공학과 소속 한 교수의 정년퇴직에 대비해 항공기 설계·제작 분야에 전임교수 1명을 충원하기로 결정하고 대학본부에 초빙을 요청했다.

대학본부는 지난 5월 초빙교수 공채 공고를 내 3명의 후보자가 접수하자 논문심사위원회와 공개강의평가위원회를 잇달아 연 뒤 초빙분야와 강의담당 과목과의 일치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학과 교수회의에 회부했다. 국립대인 전북대 교수 공채 절차는 서류심사와 전공심사, 공개강의(세미나), 면접심사(영어 면접 포함)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교수회의에서는 재직 교수와 전공·과목의 중복성이 심한 1명을 후보 대상에서 제외하고, 2명에 대한 공개 세미나 결과 등에 대해 토론했다. 이 과정에서 한 교수는 토론이 특정인을 미리 정하고 논의하는 ‘짬짜미’ 심사과정으로 의심되자 평가 점수 대신 ‘심사 부실’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해당 교수는 “토론 내용이 본질을 벗어나 주로 나이와 경력에 관한 의견이 주를 이뤘다”며 “심지어 어떤 교수는 ‘A(47) 후보자의 나이가 나와 4살 차이밖에 안 되고, B(30) 후보자는 젊어서 일시키기 좋다’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이에 학과에서는 다시 교수회의를 열었으나 이의를 제기한 교수를 성토하며 중도 이석을 요구해 해당 교수는 내쫓기다시피 퇴장했다. 며칠 뒤 다시 열린 학과 교수회의에서는 당사자에게 일시·장소를 고지하지 않은 방법으로 배제했다. 사실상 ‘왕따’를 시킨 셈이다. 해당 교수는 교원전형조정위원회와 대학본부에 잇달아 호소문을 보내 교수 채용 과정의 문제를 제기했으나 무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대는 이렇게 진행한 교수 초빙 공채를 통해 B후보를 최종 선정해 지난달 말 정년퇴직한 교수의 뒤를 이어 지난 2일부터 신임 교수로 임용해 강단에 세웠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B후보의 주요 경력과 연구 경력은 A후보에 훨씬 못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B후보는 박사학위를 받은 대학 부설 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을 거치면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특례를 인정받아 지난달 말 소집해제된 뒤 이틀 만에 교수에 임용됐다. 반면 A후보의 경우 이 대학 학과에서 전임교원 초빙분야 요청서에 적시한 ‘졸업생들의 항공우주 산업체 취업에 대비해 설계 경험이 풍부한 교원 확보의 필요성’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우주공학과 한 교수는 “초빙 과목과 후보자들이 제시한 강의 가능 과목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있었는데도 토론에서 다수의 교수가 마치 담합한 것처럼 일치된 의견과 행동을 보였다”며 “치열한 주장과 반대토론 기회조차 없이 절차라는 기계적 수준에 따라 공채를 진행했다”고 폭로했다.

전북대는 “전공심사에 내·외부 전문위원이 참여하는 등 교육 채용 규정과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며 “특정 개인의 이의제기는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데 따른 불만사항이자 일방적인 주장으로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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