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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란 ‘호르무즈 협박’ 이어 새 카드… 국제유가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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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반군 ‘사우디 석유시설 드론 공격’ 배경·전망 / 이란, 예멘 반군 이용 새 도발 분석 / 직접 관여 않고도 원유 공급 타격 / 사우디 핵심 시설 무방비로 당해 / 美, “이란이 공격주체” 고강도 압박 / 이란 “항상 전면전 벌일 준비” 경고

세계일보

사우디아라비아 부크야크에 위치한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원유 정제시설 아브카이크에서 거대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14일(현지시간) 위성에 포착됐다. 부크야크=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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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두려워하던 사태가 터졌다.”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생산 절반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치는 등 파문이 커질 조짐이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벌어졌던 일촉즉발의 위기가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공격을 두고 사우디 내 군기지, 공항, 석유시설 등을 겨냥해 온 예멘 반군이 ‘경고’ 수준을 넘어 “모두가 두려워하던 실질적인 타격을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예상되긴 했지만 현실화한 것은 처음이란 것이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기존의 협박에 이어 이란이 지원해온 예멘 반군을 통해 ‘새 공격 카드’를 꺼내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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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지금까지는 걸프해역 입구이자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한 경고로 위협을 해 왔다. 호르무즈해협을 막으면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 약 30%가 막히게 된다. 이번 공격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5% 정도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보다 수치로는 적지만 훨씬 적은 군사 자원을 동원해 국제 원유 공급망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이슨 보도프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장은 한 외신에 “무인기가 공격한 아브카이크 석유시설은 전 세계 원유 공급에 가장 핵심인 곳”이라고 전했다. 쿠라이스 유전도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이란이 직접 관여하지 않고도 사우디의 핵심 시설과 국제 원유 시장을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사우디로서는 국가의 ‘생명줄’이라 할 만한 기간 시설의 취약성을 너무 쉽게 드러냈다. 서방보다 기술력도 낮고 저렴한 예멘 반군의 무인기가 무려 1000㎞를 날아와 공격했는데도 사실상 무방비로 당했다.

미국 에너지 컨설팅회사 라피단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아브카이크 시설은 2006년에도 알카에다가 차량폭탄 공격을 한 곳”이라며 “빠르게 재개할 수 있는 호르무즈해협과 달리 구조적 취약점을 지닌 이곳은 신속히 대체하거나 수리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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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재로 미·이란 정상회담 가능성이 언급되고, 이란에 적대적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질되는 등 양국 충돌 해소의 돌파구가 마련되는 듯했지만 이번 공격으로 다시 물거품이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을 공격의 배후를 넘어 ‘주체’로 지목했다. 미국이 걸프 지역 산유국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얻고 더 거세게 이란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공산이 크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5일 성명을 내고 공격 주체로 이란을 지목한 미국에 반박했다. 무사비 대변인은 “그런 헛되고 맹목적인 비난과 발언은 이해할 수 없고 의미 없다”며 “(미국이 이란에 가한) ‘최대 압박 정책’이 실패하자 ‘최대 거짓말’로 바꿨다”고 비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나아가 “이란은 항상 ‘전면전’을 벌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마틴 그리피스 예멘 파견 유엔 특사는 “최근 군사적 긴장 격화를 극도로 우려한다”며 “모든 당사자가 지역안보의 취약한 정세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사건을 추가로 만들지 말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타격은 위성 사진에서도 검은 연기가 보일 정도로 화재 규모가 상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공격을 받은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쿠라이스 유전 시설이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동안 발생할 공급부족분과 관련, 사우디 정부는 비축유로 보충하겠다고 했지만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다.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배럴당 5∼10달러까지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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